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보통 친구라고 하면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람을 말하고, 국어사전에도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으로 뜻풀이가 되어 있다. 영화 친구에서 있었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우리 친구 아이가?” 그러나 시대가 복잡해지고 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친구의 개념도 크게 바뀌어가고 있다. 소꼽친구, 죽마고우의 개념은 점점 희석되어 가고 SNS 친구, 커뮤니티 친구, 동아리 친구 등 지연, 학연, 그리고 나이를 초월한 친구들을 가지게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왜 친구의 폭을 넓혀야 하는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우리는 친구의 개념과 폭을 좀 더 넓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첫째는 동년배의 친구들은 나이가 듦에 따라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게 된다. 70~80대의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면 그 심각한 현실을 피부에 와 닿게 느끼고 계신 것 같다.

두 번째로는 옛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편하긴 하지만 대부분 만나서 함께 하는 일이 즐겁게 놀며 좋았던 추억만 되새길 뿐 큰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자극도 받고 새로운 지식, 경험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던바의 법칙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족 등 친지도 중요하지만, 친구가 없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외로운 삶을 산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친구란 무엇일까? 내가 힘들 때 가족에게도 터놓지 못하는 비밀을 정말 친한 친구라면 터놓을 수도 있다. 친한 관계에 대한 수준 설정은 개인차가 커서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적어도 친구라면 최근에 서로 교감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사이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의문이 생긴다. 과연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친구 수의 한계는 몇 명일까? 이 질문에 대해 영국의 인류학자 던바는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친구는 150명이 한계이며, 그 중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아주 친한 친구는 20명 이내라고 말했다. 이것이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페이스북 친구는 5000명까지 가질 수 있지만, 그 중 인간관계를 기억할 수 있는 친구는 150명 이내가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시대가 복잡해지고 수명이 대폭 늘어나면서 친구의 개념도 크게 바뀌어가고 있다. 소꼽친구, 죽마고우의 개념은 점점 희석되어 가고 SNS 친구, 커뮤니티 친구, 동아리 친구 등 지연, 학연, 그리고 나이를 초월한 친구들을 가지게 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약한 관계 효과
‘Weak-ties effect’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약한 관계 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 재취업이나 창업 등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혈연관계보다 의외로 약한 관계에 있던 지인들일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약한 관계를 지속하다 보니 그다지 커다란 이해관계는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그래서 기회가 되면 사심 없이 추천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재취업할 때 약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3년전 11명이 공저하여 생애 첫 출간했던 책 ‘무지개 공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글을 주고 받다가 만난 동호회 회원들끼리 2년 만에 의기투합하여 만들어 낸 것이며, 나이도 4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들이다.

또한, 1000명에 가까운 페이스북 친구들 중에서 예전부터 알던 친구나 지인들은 200명이 채 안되며, 나머지 800명에 가까운 친구들은 최근 5~6년 사이에 사귀게 된 약한 관계의 친구들이지만 많은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음을 몸소 체험해 가고 있다.

롱테일의 법칙
영업현장에서 상위 20% 고객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이른바 ‘파레토 법칙’은 오랫동안 황금비율의 마케팅 법칙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매출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군소 고객들의 중요성은 인터넷의 상용화에 따라 재인식되고 있다.

이젠 인터넷을 활용하면 잠재고객에 대한 수요조사나 마케팅 비용이 크게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작지만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고객층에 대한 공략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닷컴으로 온라인 서점이란 특성을 잘 살려 잘 팔리지 않는 방대한 양의 서적들의 판매에 중점을 두고 전략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로 현재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랭킹 13만등 이하의 책들에서 올리고 있다고 한다. ‘티끌모아 태산’인 격의 이것을 ‘역파레토 법칙’ 또는 ‘롱테일의 법칙’이라고 하는 새로운 마케팅 법칙이며, SNS 시대에 적합한 소셜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친구관계에서도 이것이 앞서 말한 ‘던바의 법칙’, ‘약한 관계효과’와 연결되어 친한 친구는 20명 또는 150명 이내에 한정되지만, 많은 지인들과의 네트워킹을 꾸준히 해 나가면 실생활에서 의외의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친구의 개념을 이젠 좀 더 넓히고 바꾸어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 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 변화와 인생 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하면서 관련 칼럼을 쓰고 강의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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