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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근의 CS칼럼] 20. 정석(定石)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

기사승인 2018.02.08  13: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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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실수가 있기에 인간적인 바둑
지난 1월 한국의 이세돌 9단이 중국 랭킹 1위인 커제 9단과 제주도에서 이벤트 바둑대국을 벌였다. 이 대국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둘 다 알파고와 대결했던 경험이 있으며, 이세돌 9단이 유독 커제 9단에게는 역대 상대전적이 3승10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대국이 벌어지기 직전에 중국의 렌샤오 9단을 이겨 세계 명인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근 상승세를 보여온 이세돌 9단에게 은근히 기대할 만한 분위기여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날 대국을 승리로 마친 이세돌 9단의 소감이 유독 색다르고 인상 깊었다.

“바둑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두는 것이다. 커제 9단처럼 좋은 후배, 그리고 선배들과 두는 것이 바둑의 본질에 가깝다.”

이에 커제 9단도 한마디 거들었다.

“알파고와 바둑을 뒀다면 후반에 어떤 기회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바둑이라 이세돌 선배님에게 마지막에 실수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내가 실수를 했다.”

알파고처럼 빅데이터를 가지고 한 수 한 수의 승리확률을 따져가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최선의 수를 두어가는 바둑은 사실 재미는 없다. 수 읽기가 완벽하진 않지만 상대의 주문에 반하는 수를 두어 보고 때로는 실수도 해서 상전벽해의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이어질 때 우리는 무궁무진한 재미와 인간적인 매력을 바둑이란 게임을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는가?

동네바둑에 당했던 쓰라린 기억
한국 바둑사에서 가장 커다란 사건(?) 중의 하나는 1972년 약관 20세의 서봉수 2단이 당시 절대강자였던 50세의 조남철 9단을 이겨 명인에 오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정상권 기사들이 바둑 선진국이었던 일본에 연수를 다녀온 유학파였던데 반해 서봉수 2단은 순수 국내파로 독학을 하여 정상에 올랐으며, 특유의 승부근성과 극단적으로 실리를 좋아하는 기풍으로 ‘잡초’라는 별칭도 얻게 될 정도로 독특하였기 때문에 더욱 화젯거리가 되었던 것 같다.

서봉수 명인은 당시 동네 기원에서 어깨너머로 어른들의 바둑을 배우며 스스로 체득해낸 잡초처럼 실전에 강한 바둑을 선보였는데, 이는 기존 정석에 크게 구애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최근 알파고의 신수처럼 바둑계에 새로운 연구과제를 던져준 사건이었다.

필자는 대학생 때에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바둑서적이 귀했던 시절 어렵게 구한 정석책 하나를 외우다시피 하면서 독학으로 실력을 키워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약속이 취소되어 시간이 남게 되자 우연히 근처 기원에 들러보았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낯선 사람과 바둑을 두게 되었다. 그 분은 소위 동네바둑이라고 일컬어지는 바둑의 신천지를 내게 선물해 주었는데, 정석을 무시하고 닥치는 대로 끊고 덤벼 전투를 불사하는 스타일이었다.

책으로만 공부하고 실전경험이 많지 많았던 나는 그의 무모한 수를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고 그날 3연패를 하고 말았다. 분명히 실력은 나보다 아래인 것 같은데 상대가 무리하게 두어 왔을 때 이를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니 오히려 내가 망하고 마는 결과를 낳게 되어 상당히 자존심도 상하고 바둑공부를 새로 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필자는 정석 한 수 한 수의 의미를 되씹으며 정석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실전경험을 쌓는데 많은 노력을 한 결과, 바둑 실력도 상급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정석 이후의 변화에 대비해야
오늘 아침 펼쳐본 모 조간신문의 경제면 기사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네이버의 ‘많이 본 뉴스’에도 올라 있다. 기사의 제목은 “강남을 때렸는데, 지방이 쓰러졌다”이다. 투기세력이 많이 들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수많은 규제책을 쏟아 냈음에도 강남 부동산 시세는 오히려 계속 오르고, 엉뚱하게도 지방의 집값만 더 떨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이런 현상을 바둑에 비유해 본다면, 상대방이 정석대로 두지 않을 때 대처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거나 정석이 주변 상황과 잘 맞지 않아서 부분적으로는 이득이지만 전체적인 형세는 더 불리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동산이나 가상화폐 문제 모두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복잡한 시장구조와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상황을 가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대증요법만으로 임기응변하기 보다는 현상에 대한 근원적인 분석과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일관된 대책을 단계적으로 펼쳐 나가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중은 현명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데에는 그만큼 충분한 이유와 시장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에 맞는 정석 선택과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좀 더 차 분하고 정밀하게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변화와 인생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하면서 관련 칼럼을 쓰고 강의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다.

식품저널 foodinfo@foo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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