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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임진왜란 때 일본서 전래’ 정설 뒤집힐까?

기사승인 2018.03.29  09: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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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대영 박사 “임진왜란 설은 오류…한국 고추는 한국서 자생”

   
▲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추의 이용 역사’를 주제로 제21회 식량안보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자들. 왼쪽부터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전 한국식품과학회장), 권대영 박사(전 한국식품연구원장),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김혜영 용인대 교수(한국식생활문화학회장), 류기형 공주대 교수(한국산업식품공학회장), 김정상 경북대 교수(한국식품영양과학회 부회장)

식품학자들 “일리 있지만 더 많은 연구 나와야”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추장, 김치를 만들 때 사용하는 고추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전래됐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한국식품연구원장을 지낸 권대영 박사는 그동안 학계의 정설인 임진왜란 전래설을 뒤집는 주장을 해오다가 지난해에는 ‘고추 전래의 진실’이라는 책까지 펴냈다.

학계 일각에서 고추 전래에 대한 정설을 뒤집는 주장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학문적 반박이나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끌고 있는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추의 이용 역사’를 주제로 제21회 식량안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식품저널을 비롯 식품전문 매체의 후원으로 열렸다.


‘고추의 이용 역사’ 세미나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인사말 영상 보기

“고추는 우리나라서 일본으로 갔다는 기록 많다”
권대영 박사는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고추 전래의 진실’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고추는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기록은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문헌학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의 수많은 문헌에 고추와 김치, 고추장에 대한 기록이 나오고, 고추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들어갔다는 기록도 많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생물학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우리나라에는 고추가 길게는 몇 백만 년 전부터, 짧게는 몇 십만 년 전부터 우리 고추로 있었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이같이 잘못된 설이 들어와 퍼지게 된 경위에 대해 먼저, 이성우 전 한양대 교수(식문화학자)를 거론했다. 이 교수의 논문 ‘고추의 역사와 품질평가에 관한 연구’에서 “고추를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먹어온 것이라고 흔히 착각한다”며, “... 일본을 통해 이 땅에 들어왔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또, “중남미에서는 다양한 고추가 야생에서도 자라고 있고, 동양에서는 다양한 고추가 재배되지 않고 있다고 하여 고추의 원산지가 중남미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꼭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중남미와 달리 나라별로 각각 다른 한 두 품종의 고추가 집중 재배되고 있는데, 이것은 수 천 년 전부터 오랫동안 그 고추에 맞는 음식이 발달했기 때문으로 즉, 식품학적으로 필요에 따라 그 식품에 맞는 고추가 재배되다 보니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기보다는 한 두 가지 품종을 집중적으로 재배한 결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결론적으로 유전학적으로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진화되고, 우리 고추가 되려면 수백만 년이 걸리고, 농경학적으로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와서 우리나라 전국에서 재배되려면 수백 년이 걸리며, 식품학적으로 우리 고추 품종에서 고추장과 김치를 동시에 발견하여 전국으로 다 알려진 대표 식품으로 발전하려면 수 천 년이 걸리는 데다가, 과학적인 사실 측면에서 고추 계통수 그림으로 보면 멕시코 고추는 우리나라 고추보다 훨씬 나중에 진화된 것이므로 멕시코 고추가 우리나라 고추로 진화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식품연구원장을 지낸 권대영 박사는 “임진왜란 설은 오류이며, 한국 고추는 한국에서 자생했다”고 주장했다.

토론
그러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열린 종합토론에서 토론자들은 권 박사의 주장에 일리는 있다고 하면서도 100%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다만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노봉수 서울여대 교수는 “학설을 뒤집는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로, 진위를 떠나 이번 권대영 박사는 매우 훌륭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한국식품과학회 선배님이셨던 이성우 교수의 주장은 그동안 아무런 비평 없이 받아들여져 왔던 것이 사실이며, 고추 전래의 진실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나 일본 학자들의 주장도 들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상 경북대 교수는 “고추는 중남미가 원산지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 주장은 비약된 것 같지만 앞으로 근거 유입경로 등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기형 공주대 교수는 “중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고추의 전래에 대해 중남미, 동남아 고추의 1592년 전래설이 양립하므로 중국을 비롯한 연변, 분한 등과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영 용인대 교수는 “권 박사의 발표로 우리나라 고추의 진화 계통수와 유전정보가 알려져 있는 이상 유입 경로에 대한 보다 확실한 학문적 연구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추의 이용 역사에 대한 정설은 콜럼버스가 유럽에 들여온 남아메리카 대륙의 고추가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 한국에 도입됐다는 것이지만, 권 박사는 고추는 한국에서 수백만 년 전부터 자생했고, 한국 고추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유전학적, 농경학적, 식품학적 고찰을 통해 입증하고 고문헌에 나온 자료들을 재해석하고 있다”며, “권 박사의 발표를 통해 우리 음식문화 연구의 새로운 접근방법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고추의 이용 역사’를 주제로 열린 제21회 식량안보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대일 기자 kdi@foodnews.co.kr

<저작권자 © 식품저널 인터넷식품신문 food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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