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 정부 답변 앞두고 식품업계 우려

강대일
식품저널 발행인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인 식품안전 정책 일관되게 펼쳐야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57개 단체가 참여한 <시민청원단>이 지난 3월 12일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선 지 28일 만에 정부가 답변을 하겠다는 20만 명(최종 동의자 21만6886명)이 넘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GMO 표시제도를 관장하고 있는 식약처의 답변이 향후 한국 식품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답변은 일반적으로 청원단이 요구하는 것처럼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거나, 현행대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렇게 둘 중 하나로 답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식품업계는 청원인의 주장처럼 완전표시제를 시행하면 식료품 가격상승을 불러오는 등 한국의 식품산업에 엄청난 암초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GMO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는 식품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식약처가 섣불리 말 그대로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현 수준에서 GMO 표시를 관리한다고 답변할 경우 GMO 반대론자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GMO 논쟁은 과학자들의 설명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반 GMO측과 찬 GMO측의 GMO를 보는 시각이 다르고, 정부마저도 안전하다고 하면서도 여론을 살피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GMO 반대측은 “우리나라는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식용 GMO를 연간 200만 톤 이상 수입하고 있으며, 국민 1인당 매년 40㎏ 이상의 GMO를 먹고 있다. 현행법은 GMO 사용 여부를 강제 표시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는 해당 상품의 99.99%에 아무런 표시가 없다. GMO인지 Non-GMO인지 표시가 없어 소비자 알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있으나마나한 표시제는 식약처의 무관심과 무능의 결과이며, 식약처의 이러한 태도는 GMO 표시 개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는 공공급식, 학교급식에서 GMO 식품 사용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 청원은 표면상으로는 안전문제가 아니라 알 권리를 내세우고 있으며, 실제로 국민청원 게시판 분류도 미세먼지 같은 <안전/환경>이 아닌 <기타>로 돼있다. 식품업계는 안전문제가 아님에도 소비자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GMO 표시제를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 농업과 국가경제 근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품산업계는 축산물과 축산식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GMO 완전표시제를 할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GMO의 대다수는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매일 섭취하는 축산식품(한우ㆍ한돈ㆍ치킨ㆍ계란ㆍ우유에 이르기까지 <GMO 기반의 전ㆍ후방 산업>이 연계돼 있어 GMO 사료로 생산ㆍ유통되는 국내 축산식품의 현실을 감안할 때 Non-GMO 축산식품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혹여 정부가 이러한 생산ㆍ유통환경을 고려치 않은 정책 결정을 한다면 우리의 식탁 구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식품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소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GMO 완전표시제를 찬성하지 않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는 SNS를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GMO 콩과 옥수수는 주로 기름이나 전분당을 만드는데 쓰이는데, 기름이나 전분당은 단백질 유전자가 없어서 표시에 예외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많은 나라들도 단백질 유전자가 없는 식품에는 GMO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표시 예외를 허용하고 있으나, 일부 단체들이 마치 우리만 GMO를 먹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GMO가 그렇게 문제라면 변형 단백질을 먹인 한우와 돼지고기에 GMO 사료를 먹였다고 표시하는 게 먼저”라며, “먼저 해야 할 건 안하고 단백질이 남아 있지도 않은 식용유와 전분당부터 표시하자고 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한 잣대로 보면 가공식품에 GMO 완전표시를 하려면 같은 기준으로 GMO 사료로 키운 소고기ㆍ돼지고기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이치에 맞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축산식품에까지 GMO 완전표시제를 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전자변형 DNAㆍ유전자변형 단백질 잔류와 관계없이 GMO 표시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현재까지 과학으로 유전자변형 DNAㆍ유전자변형 단백질이 잔류하지 않는 가공식품에 대한 시험법이 없으며, 시험이 불가능한 가공식품은 과학적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이력추적 등을 통해 이론적으로 할 수 없는 건 아니겠지만, 현실에선 거의 실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규항 세종대 명예교수는 <GMO 유해성 논쟁의 실상>이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GM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혹을 전파하여 GM식품에 대한 혐오감을 자극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부류는 일부 조직화된 친환경농산식품과 유기식품 영업자들이 자기 영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NGO인 것처럼 위장하고 또는 NGO들과 협력하는 사례라 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GMO 표시 강화와 학교급식에서 퇴출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며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칫 포퓰리즘적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한편으로, 현 국민청원 시스템은 중복 동의 가능, 최근 일부 이용자의 부적절한 로그인 정황 등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청와대가 답변하겠다는 숫자를 넘어섰기 때문에 정부는 GMO 완전표시제 청원에 곧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식약처는 GMO 완전표시를 하지 않아 식품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완전표시제를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인 식품안전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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