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5. 오해와 망상만 있는 GMO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친환경 식품 생산ㆍ유통단체들이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며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며, “완전표시제를 하면 소비자가 승리하고 식품회사가 손해를 보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모두의 실패이다”라고 주장한다.

전분당(포도당), 지방에도 표시를 하라고?
GMO 표시의 쟁점은 결국 열처리, 발효, 추출, 여과 등 고도의 정제과정으로 유전자변형 DNA(또는 단백질)가 남아있지 않아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 표시가 면제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식용유, 당류(포도당, 과당, 물엿, 올리고당), 간장, 변성전분, 주류(맥주, 위스키, 증류주 등)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GMO 함량과 무관하게 출처가 GMO면 무조건 표시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GMO 표시는 그동안 꾸준히 강화되어 이처럼 최종제품에 GMO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는 것도 표시를 하면 끝날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것으로 GMO 표기 문제는 완전히 끝날까? 그리고 그것에 표시를 하면 식품의 안전이 증가하거나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있는 걸까?

전분당의 출처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분당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표시를 해달라고 하는데, 전분은 그냥 포도당이란 분자가 엄청나게 많이 연결된 포도당 집합체일 뿐이다. 어떤 GMO도 포도당의 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일부러 포도당의 구조에 변화를 주는 GMO를 만들려고 해도 그것은 인간의 기술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포도당은 정말 생명의 기본 분자이자 모든 유기물이 만들어지는 시작의 물질이어서 관련된 대사 및 효소가 정말 많고 중요하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포도당을 먹는 행위이다. 음식의 50% 이상이 탄수화물이고, 탄수화물을 분해하면 포도당이 되기 때문이다. 포도당에 사소한 변형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관련된 수많은 효소도 동시에 바꾸어야 한다. 유전자 한 개의 발현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겨우 성공할까 말까한데, 동시에 수백 개의 유전자를 바꾸는 조작은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모든 식물에 포도당은 동일하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그냥 분석해보면 그만이다. 단백질을 분석하려면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분석이 불가능하지만 전분당은 포도당 한 가지 분자이므로 쉽게 분석해 확인할 수 있다. 어떠한 전분이든 분해하면 결과물은 똑같다.

지방의 출처를 따지는 것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방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은 전분당처럼 한 가지 분자로 되어있지는 않지만 로스산, 스테아르산, 올레산, 리롤레산, 리론렌산 이렇게 5가지 분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지방산은 단순한 형태이며 생명체에 동일하다. 생물마다 구성하는 지방산의 비율, 포화/불포화/다가불포화의 적절한 비율이 달라지는 것이지, 세상에 없는 지방산이 만들어지거나 지방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분석기술이 좋아서 분석기관에 의뢰하면 어떤 지방산이 얼마나 있는지 금방 분석이 된다. GMO 여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분리 정제를 통해 어떠한 GMO 성분이나 단백질도 없는 지방을 가지고 그 출처가 GM 작물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따지는 것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전분당이나 지방의 경우 유전자조작 식품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출처에 관계없이 완벽하게 같은 물질이라는 뜻인데 그것이 마치 그 위험을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오해를 하는 사람이 많아 정말로 안타깝다.

포도당과 지방산은 대장균에서 코끼리까지 공통
세상에 수많은 생물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대장균이 쓰는 포도당이나 집채만 한 고래가 쓰는 포도당은 완벽하게 같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도 완벽하게 같고, 지방산도 완벽하게 같으며, 관여하는 유전자와 효소도 같다. 그래서 대장균 연구로 코끼리의 대사를 똑같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효모의 유전자 414개를 선별하여 인간의 유전자로 대체해 보니 176개가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했다고 한다. 전혀 달라 보이는 생물도 중심 대사는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세포생물학이라는 학문은 있어도 대장균의 생물학, 인간 세포의 생물학, 코끼리의 세포생물학 같은 학문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1차 대사산물은 공통적이고 그 양만 다른 정도이다. 심지어 2차 대사산물도 공통적인 것이 많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우리의 몸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대부분 대장균, 초파리, 아기장대와 같은 몇 가지 생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어떤 작물에 어떤 외래의 유전자를 도입해도 그 유전자로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 하나가 달라지는 것이지 포도당, 전분, 지방산, 지방 같은 구성분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의심스러우면 분석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전분당과 식용유는 가격 말고는 아무 차이가 없다
성분이 완벽하게 동일하든 말든, 그냥 표시를 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크게 3가지 문제가 남게 된다. 첫 번째가 똑같은 제품에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짜 파동만 생길 수 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그렇게 해서 끝낼 수 있는 논란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에 GM작물이 생산자, 구매자에게만 이익이고 소비자에게는 전혀 이익이 아니라면 사회정의 차원에서라도 금지시키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실은 소비자도 그 이득을 가장 많이 나누어지고 있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말이다.

GM 원료로 생산하는 제품들은 식용유, 전분당처럼 박리다매인 품목들이 있다. 일정한 규격의 무미, 무취의 성분이다. 그냥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면 승자가 되는 시장이다. 상대방보다 1원이라도 낮은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다.

GM 작물을 판다고 회사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료에 맞게 가격대가 형성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뿐이다. 모든 기업에 GM 작물을 금지시키면 소비자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뿐 원료기업은 오히려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원유 값이 오르면 석유 판매 가격은 더 올라 주유소의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소비자도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기는 하다. 단지 그것이 위험하다고 하니 불안한 것이다.

선택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식용유와 전분당에 GMO 표시를 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식품회사 내부에는 또 한 번 소동이 벌어지겠지만 금방 적응한다. 원료회사는 non-GMO를 수입하여 원료를 생산하고 식품회사는 전분당과 식용유도 두부, 두유, 간장 등에서처럼 non-GMO를 사용해 GMO를 표시할 필요가 없는 제품만 생산할 것이다. 두부, 콩나물처럼 원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도 GMO를 표시할 필요가 없는 원료만을 쓰는데, 제품의 일부를 차지하는 전분당과 유지 때문에 제품 전체가 GMO 원료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GMO 표시를 할 리가 없다.

예전에 방사선조사 원료가 있으면 전부 표시를 하라고 하자, 식품회사는 고춧가루 같은 향신료도 방사선이 조사 안 된 것만 사용했다. 방사능은 정말 위험하지만, 방사선조사식품은 안전하다. 식품에 투과력이 강한 X선을 짧고 강하게 조사하기 때문에 열로 살균한 것보다 영양이나 성분 변화도 훨씬 적고 안전하여 전 세계적으로 그 사용이 늘고 있다.

외국은 방사선 조사를 한 고기가 기생충이나 O-157균으로부터 훨씬 더 안전하기 때문에 비싸게 팔린다. 우리나라 식품회사는 아무도 방사선 조사의 안전성을 설득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냥 방사선 조사가 안 된 것만 쓴다.

소비자가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표시하라고 하면 식품회사는 무조건 빼고 본다. 설득할 의지도 실력도 없다. 똑같은 물엿이고 식용유인데, 나는 더 저렴한 것을 쓰겠다고 해도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품질이나 안전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품질이나 안전이 좋아진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가격만 올라간다. 식품회사는 혼자만 가격 올리려면 어렵지만 다 같이 가격을 올리는 것에는 쉽게 따라한다.

완전표시제는 식품회사들이 다같이 non-GMO를 쓰고 가격만 올리고 끝이다. 그래서 더 안전해지지 않았냐고? 실제로 안전해졌다면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왜 아직까지 하지 않았냐고 보건당국에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이 나아질 아무런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분당과 식용유에 표시를 면제해 준 것이다.

보건당국은 규제에는 정말 유능하나 소통에는 철저히 무기력하고, 원칙과 소신보다는 점점 여론에 끌려 다니는 경향이 있다.

가짜 소동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non-GMO가 훨씬 맛있거나 품질이 뛰어나면 좋은데, 단지 non-GMO라는 것을 빼면 사실 내세울 것이 없다. 영양이 좋은 것도 아니고, 건강에 좋은 성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가짜가 끼어들 가능성이 있다. ‘GMO’를 ‘non-GMO’라고 속이는 것이다. 물론 원료를 그대로 쓰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GMO 유전자가 남아 있으므로 검사를 하면 적발이 가능하다. 그런데 유지와 전분당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출처를 따지는 방법 밖에 없다.

국내에서 식용유, 전분당 같은 식품기초소재는 생산효율성이 극대화된 장치산업이고 대기업이 생산한다. 여러 상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에서 GMO 원료를 쓰고 non-GMO라고 표시할 정도로 무모하지 않다. 종업원도 많고, 퇴직자도 많은데 내부자 고발이 무서워서라도 불법은 꿈꾸지 못한다.

우려하는 것은 수입제품이다. 수입상이 외국에서 non-GMO 작물로 식용유나 전분당을 만드는지 그 제조과정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므로 수입상을 속여 들어오면 그것을 확인한 방법이 없다. 세상의 어디에도 그것이 GMO 유래인지 non-GMO 유래인지 밝힐 분석방법이 없다. 항상 피 말리는 가격 경쟁을 하는 기업에서는 그런 원료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GMO 완전표시제는 모두에게 실패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친환경 식품 생산ㆍ유통단체들이 GMO 완전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며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아 표시대상에서 제외됐던 전분당과 식용유도 표시를 하라는 것이다. 완전표시제를 하면 소비자가 승리하고 식품회사가 손해를 보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모두의 실패이다.

식품회사는 이해와 설득의 노력 대신에 원료를 갈아타고 가격을 올리면 그만이다. 혼자만 가격을 올리기는 힘들지만 모두가 바꾸고 올리는 것은 쉽다. 소비자가 안전과 품질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제품에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이다.

가장 큰 실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보건당국이다. GMO 표시법을 바꾼 지 얼마 안 되서 여론에 밀려 또 법을 바꾸어야 하니까. 식약처는 매년 5000억 원 정도의 비용을 오로지 안전을 위해 쓴다. GMO뿐 아니라 모든 식품과 첨가물, 잔류농약, 의약품의 안전평가시스템을 갖추고 개선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쓰는데, 그렇게 수립된 안전관리시스템이 전혀 신뢰받지 못한다는 증거이니, 가장 실패한 곳이 되는 것이다.

과학도 실패이다. 과학적 사고력 부재의 증거니까. GMO 안전성 평가는 공부가 필요하고 쉽지 않다. 그런데 포도당이나 지방산의 안전성 평가는 그냥 과학적 상식이면 충분하다. 모든 생명의 공통 분자이고 GMO로 바꿔지는 것도 아니며, 분석장치로 확인만 하면 그만이다. 식품학자는 여전히 식품현실에는 무관심하거나 무능력하고, 과학자는 각자의 연구비가 나오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과학적 상식에는 전혀 무관심한 전문가일 뿐이라는 증거이다.

언론도 실패이다. GMO는 많은 사람의 관심사인데, 한국에서 쓰는 것은 옥수수의 포도당과 콩의 지방밖에 없고, 그것은 GMO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간단한 것도 밝히지 못했으니 진실을 밝히는데 실패한 것이다.

결국 한국에는 그 사람의 말이라면 믿어줄 정도로 신뢰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니 모두의 실패이다.

완전표시제를 성취한다면 그것을 성취한 사람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완전표시제를 하면 그나마 쓰던 전분당과 GMO마저 사라지는데 그러면 국민 건강이 팍팍 좋아지고, 안심이 팍팍 증가할까? 광우병 때는 그래도 <프리온>이라는 실체라도 있었는데, GMO는 오해와 망상만 있다.

다른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알려야 하고, 같은 것은 분명히 같은 것이라고 굳이 출처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말해야 과학이다. GMO가 위험하다면 식품에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지 위험하다는 근거도 없고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도 그 출신을 따져 표시를 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

전분당의 출처를 따지는 것은 지금 마시는 산소가 야생화가 낸 산소인지 온실의 화초가 낸 산소인지를 따지는 것만큼 유치하다. 그래도 그렇게도 때를 쓰니 귀찮으니 받아주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비과학적인 태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으니 문제이다. 똑같은 비타민인데 천연이니 합성이니 타령을 하고 똑같은 염화나트륨인데 천연이니 합성 타령을 한다. 오죽했으면 식품첨가물 공전에서 천연과 합성의 구분을 없앴는데도 그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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