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의 GMO 2.0 시대, 논란의 암호를 풀다] 20. 단지 대응이 곤란한 세균일 뿐

▲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슈퍼박테리아란 말은 사실 적합하지 않다”며, “독성도 강하고 항생제에 내성도 있는 무시무시한 균이 아니라 단지 여러 종류의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이라 대응이 곤란한 세균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구의 주인공은 세균이다
지구 어디에서나 살아가고 있는 미생물의 숫자는 도저히 셀 수 없을만큼 천문학적이다. 흙 1g 속에는 중국 인구보다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의 생명체 무게를 합산하면 미생물이 총무게의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지구 최초의 생명이었고,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널리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미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신체 안팎에 사는 미생물의 종류는 대략 1만여 종이다. 그 숫자는 40조 정도로 우리 몸의 체세포 숫자(340조)보다 많지만, 무게는 1.3~2.3㎏ 정도이다. 크기가 인간 세포의 1/1000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이다.

세균의 어마어마한 증식 속도
세균의 증식속도는 엄청나다. 빠르면 20분마다 한 번, 24시간이면 72번 분열한다. 한 개 무게는 불과 10^-12g.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2^72번 분열하여 4000톤의 양이 된다. 만약 이 속도로 하루를 더 자라면 4000톤×2^72 = 6×10^21톤이 되어 지구보다 커지게 되는 것이다.

경이적인 능력을 갖춘 세균도 많다
세균은 그 능력마저 대단하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맹독성 물질도 미생물이 만든다. 보톡스는 미생물이 만든 지상 최강의 독으로 반수 치사량(LD50)이 0.0000006g이다. 고작 1g으로 수십만 명을 죽일 수 있다. 청산가리의 20만~3000만 배, 인공적으로 합성된 독 중 가장 강한 VX가스(화학무기)보다 300만~500만 배 강해 천연, 합성을 통틀어 최강의 독이다.

이 균 말고도 지구상에는 어마어마한 능력의 세균이 넘치고 넘친다. 보통의 세균은 50℃ 이상에서 사멸하는데 100℃ 이상에서 증식하는 균(Pyrococcus furiosus)도 있다. 반대로 영하 12℃에서도 증식하는 균도 있다. pH 1.0의 극한 조건에서도 사는 티오바실러스라는 균도 있다. 지구 공기압보다 몇 백 배 높은 압력, 물이 없는 사막, 지하 1600m 암석 속, 화학적으로 생명체를 녹여버리는 환경, 심지어 핵폭발로 방사능이 누출된 지역 같은 극한의 상황과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끈질긴 세균들이 많다. 사실 모든 세균은 이미 슈퍼균인 셈이다.

끊임없이 유전자를 교환하는 세균
세균학자들이 미생물 사이에 유전물질을 자유롭게 전달한다는 것은 유전자(DNA)가 발견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1928년에 프레드릭 그리피스가 폐렴균이 다른 종의 폐렴균(비록 그 균이 죽은 것이더라도)으로부터 유전물질을 획득하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세균은 내성균, 이른바 항생제에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이다. 발생한지가 벌써 40년이 지났고, 우리나라 병원에서 발생하는 사례는 2011년에 2만2928건, 2013년 8만955건에 이른다.

이런 항생제의 내성을 제공하는 유전자는 항생제가 만들어진 이후에 발명된 것이 아니다. 그 유전자는 이미 자연계에 다른 기능을 하는 유전자로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대장균에서 몸 밖으로 항생제를 뿜어내는 펌프 중 일부는 다른 세균이 신호전달 분자를 방출하기 위한 펌프에서 진화한 것이고, 페니실린을 분해하는 내성균의 능력도 토양 속 미생물의 유전자에서 기인한 것이다.

바이오필름, 네트워크도 형성한다
세균이 유전자를 교환하고, 변신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이오필름’이다.

세균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일정 수가 증가하면 자기들끼리 역할 분담을 하여 생태계를 이룬다. 각자 무작정 증식하는 균보다는 일정 숫자가 되면 서로 군집을 만드는 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군집하여 연결망을 형성하면 서로 단백질이나 다른 분자들을 교환하여 먹이를 공유하고, 방어수단을 갖고 어려운 환경의 변화를 견뎠다. 필름 즉, 바깥쪽 세균의 희생으로 안쪽 세균은 혹독한 조건을 버틴 것이다.

미생물 한 마리 한 마리의 힘은 보잘것없다. 하지만 숫자가 커지면 전혀 새로운 능력이 출현하게 된다. 이처럼 세균은 집단으로 행동하고 서로 영양이나 유전자를 교환하는데, 왜 항상 그 정도 수준이고 진정한 모든 것을 다 갖춘 세균은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세균은 2㎛ 이하로 크기가 작다. 크기가 기능을 제한하고, 기능이 크기를 제한한다. 작기 때문에 빨리 쉽게 자랄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작아서 세균이 가질 수 있는 유전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생존을 유지하는데 절실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야지 불필요한 유전자를 많이 가지는 것은 다른 세균에 밀려서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세균은 생각보다 독립적이지 못하고 세균 간의 협력으로 살아간다.

어떤 세균의 부산물이 다른 세균의 필수물질이기도 하고 다른 세균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보호막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세균은 세포핵 구조가 없다. 자유로운 유전자의 이동 즉, 가변성을 얻었으나 그 가변성의 희생물이 되어 일정한 방향성으로 안정적인 진화는 불가능하다.

세균은 생존을 위해 노력할 뿐
세균의 크기는 정말 작아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를 유지하기에도 벅차다. 더구나 DNA의 보호기능이 약해 확보한 유전자조차 망가지기 쉽다. 그리고 한가하게 당장 생존에 불필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가는 주변의 다른 균에게 밀려서 도태되기 십상입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공간적 제한을 생각하지 않고 유전자가 마치 세균이 불어나듯이 얼마든지 불어나고, 그런 유전자에 지능이 있는 양 이합집산을 하여 초능력을 발휘하는 슈퍼 균이 탄생할 것이라 걱정한다. 하지만 유전자나 분자에 지능은 없다. 특별한 선택으로 방향성을 주지 않는 제로섬 게임처럼 항상 그게 그거다.
 
인간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전력투구해도 한계는 금방 오는데, 아무런 의지도 없는 세포들이 특별한 악의를 가진 양, 부작용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슈퍼 울트라 부작용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공포 섞인 주장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소를 만들고, 우리 주변의 토양 등에 흔한 보툴리늄 독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강력한 내열성과 독성에 비해 번식력이 강하지 못한 나머지 다른 세균과의 먹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암세포 가운데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세포를 따로 분리한 뒤 일정 시간 동안 관찰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저항성을 잃는다. 때로는 항암제 농도가 치료 조건보다 100배 높은 환경에서 살아남는 돌연변이 세포들도 있는데, 이것 역시 한동안 약물에 노출되지 않으면 그 기능을 잃는다.

슈퍼박테리아는 없다, 다제내성균만 있다
슈퍼박테리아란 말은 사실 적합하지 않다. 독성도 강하고 항생제에 내성도 있는 무시무시한 균이 아니라 단지 여러 종류의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이라 대응이 곤란한 세균일 뿐이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란 뜻으로 ‘다제(多劑)내성균’이 정확한 표현이다. 대부분의 내성균은 건강할 때는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다른 세균에 밀려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다제내성균도 항생제로 다른 세균의 번식을 억제했을 때나 번창할 수 있지, 야생에서 다른 세균과 경쟁하면 밀려서 도태된다. 대형병원의 중환자실처럼 항생제는 많이 쓰고 면역능력이 거의 바닥상태인 환자들에게 치명적이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노출되어도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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