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

바쁘다 바빠
현대인, 특히 한국인은 늘상 ‘바쁘다 바빠’를 외친다. 지하철역이나 마트 등에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만히 서 있으면 좋으련만, 그 짧은 시간을 못 참고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계단에서 걷고 있다. 심지어는 뛰는 젊은이들도 간혹 보인다. 다들 왜 이렇게 바쁜 것일까? ‘바쁘다’라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며, 때로는 ‘급하다‘, ’힘들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처럼 바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바쁜 게 정상인 것처럼 느껴져 익숙해지고 남들이 물어봐도 별 다른 생각없이 그냥 바쁘다고 얘기하며 귀챦게 느끼게 된다. 바빠도 바쁜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과 원인도 모른채 그냥 바쁜 생활의 쳇바퀴에 갇혀버린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특별한 원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바쁜 것이므로 곧 정상 상태로 되돌아 올 수가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에는 방법을 몰라서 또는 요령이 부족해서 시간이 오래 지체되는 것이며 자칫 바쁜 상태가 만 성화되기가 쉽다.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면서도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책상 앞에 끈질기게는 앉아 있지만 도통 성적은 오르지 않으면서 입으로는 “바쁘다 바빠”를 달고 사는 학생이 있다. 이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리는 ‘바쁘다’라는 것이 정상 상태가 아니므로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발전이 있게 되는 것이다.

▲ 바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바쁜 게 정상인 것처럼 느껴져 익숙해지고 남들이 물어봐도 별 다른 생각없이 그냥 바쁘다고 얘기하며 귀챦게 느끼게 된다. 바빠도 바쁜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과 원인도 모른채 그냥 바쁜 생활의 쳇바퀴에 갇혀버린 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첫째, 핵심을 파악하자
쓸데없이 바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하는 일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어느 기업이든 입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쓰게 되는 자기소개서에는 보통 본인의 성장과정란이 있는데, 여기에 숨어있는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작성하는 취준생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채용하는 측에서는 성장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원자의 가치관과 인성을 알고 싶은 것이며, 지원 분야의 업무에 적합한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성장과정을 기술할 때 어떤 포인트에 중점을 두고 어떤 경험사례를 인용할 것인지가 명확해질 것이고, 합격확률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맥락을 알지 못하고 그냥 “저는 엄하신 아버지와 인자하신 어머님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식으로 아무런 감흥도 없게 쓴다면 백전백패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맞춤형으로 나만의 스토리를 진솔하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자기소개서를 100% 경쟁력 있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을 필자는 오랜 기업 경험을 통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둘째, PDCA 관리싸이클을 돌리자
두 번째 방법은 PDCA(Plan-Do-Check-Action)의 관리싸이클을 자주 돌려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개선목표를 명확히 해야만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가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진도도 잘 안 나가고 성과도 없이 항상 바쁘고 힘들기만 할 뿐이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품질, 원가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은 이른바 4M 중에 숨어 있다. Man(사람), Material(재료), Machine(생산설비), Method(작업방법)의 4가지 M이 바로 그것이며, 원인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잔업만 계속 하면서도 문제의 해결은 커녕 불량 재처리 작업 등의 로스만 늘어나게 될 뿐이다. 따라서,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그 관리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지를 체크하여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조치를 취해 나가야만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다녀 온 여행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여행 전에 생각했던 목표에 비해 부족했던 과정들을 리뷰하여 개선 방안을 수립해 둔다면 다음번 여행은 좀 더 여유로우면서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두텁게 살자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세돌과 커제 등 세계 톱클래스의 프로기사들과 인공 지능 알파고와의 바둑대결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한 때 유행했던 발빠른 포석과 실리 위주의 기풍(바둑 스타일)은 알파고의 출현 이후 두터운 기풍(약점을 없애고 다소 느리지만 힘을 비축하여 후일을 기약하는 스타일)이 선호되는 쪽으로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다고 한다. 바둑을 두텁게 두면, 당장은 발이 너무 느리고 집도 없어 보이지만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하여 결정적인 기회에 마음껏 공격도 할 수 있고 집도 은근히 늘어나게 되는 커다란 장점을 가지게 된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너무 눈 앞의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크고 길게 보면서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나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음 속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보다 더 활력있고 가치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여, 좀 더 두텁게 살자.

손세근 식품안전상생협회 사무총장은 평생 현역을 추구하는 AND의 의미로 ‘N칼럼니스트’란 퍼스널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재직 당시 CS(고객만족)총괄임원을 역임했으며, 미래변화와 인생다모작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을 하면서 관련 칼럼을 쓰고 강의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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