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지난 10월 22일 충남동물위생시험소에서 실시한 ‘청정원 런천미트’ 멸균 캔햄 115g 제품(2016.5.17 제조, 유통기한 2019.5.15) 수거ㆍ검사에서 세균발육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 사건은 한 소비자의 변질 의심 신고에 따라 동일 유통기한 제품을 수거ㆍ검사하면서 촉발됐다.

다섯 개 제품 추가시험을 통해 10월 26일 5건 모두에서 대장균이 검출됐고, 이를 식약처에 통보했다. 부적합 보고 즉시 기준ㆍ규격 위반으로 대상 캔햄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가 잠정 중단됐으나, 식약처 조사결과 제조단계에 이상이 없음이 입증돼 12월 1일부터 생산ㆍ판매가 재개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가 된 원인으로 세 가지 제도적 문제를 생각해 봤다.

첫째, 부적합 식품정보의 공표절차 문제다. 현재 식약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포털 실험실안전관리시스템인 LIMS에 자가품질검사기관의 ‘부적합 식품’ 정보가 등록되면 자동적으로 공개된다. 이번 사건처럼 대다수가 검사결과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경우, 추후 검사 오류 또는 제조사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결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가 있다. 향후 예외적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부적합 공지를 일정기간 유예해 확인 후 공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제안한다.

최근 한 기업의 현미유 제품이 자가품질검사 결과, 벤조피렌 기준[2.0㎍/㎏(ppb) 이하]을 약간 초과한 2.5㎍/㎏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해당 제품의 부적합 정보가 공개됐고, 즉시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된 일이 있었다. 이 회사는 즉시 부적합 제품을 확보해 전북보건환경연구원 등 4개 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모두 기준치 이내의 적합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미미한 기준·규격 위반은 재검사 시 오차범위 내의 적합으로 재 판별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다. 이 업체는 거래처가 끊기고 도산 위기에 몰려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할 것이라고 한다.

둘째, 재검사 관련 규정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공무원이 수거한 식품만 재검사 할 수 있고, 자가품질검사는 재검사 대상도 아니다. 또한 세균발육 실험은 재검사가 안 된다. 식품위생법 제20조에 따르면 식품 등 검사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재검사를 요청할 수 있으나, 시간에 따라 검사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항목인 ‘미생물, 곰팡이독소, 잔류농약 등’은 재검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같은 시료라고 해도 검사 시점이나 부위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어 재검사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검사 오류가 있을 경우 억울한 일을 당할 수가 있다. 한 현미유 업체 또한 재검사를 요청했으나, 근거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재검사 기회를 얻지도 못했다고 한다.

셋째, 언론 또한 문제다. 대형 먹거리 파동으로 인한 폐해의 상당수는 언론의 경솔한 보도 관행에 있었다. 언론에 있어 기업의 과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물론 정부의 검증 없는 부적합 정보공개가 원인이긴 하지만, 대부분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보도부터 하는 것이 현실이다. 혹시 나중에 무죄로 입증되더라도 해당 기업은 소비자에게 유죄로 남는다. 사실 확인이 된 부분만 보도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사건들의 피해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사례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일, 보고 받지 않아도 될 일을 보고받는 현 체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런천미트 사건’ 발생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물 발생, 자가품질검사 등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일을 정부가 나서서 괜히 보고받아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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