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생각하는 시대정신ㆍ안전성 고려해야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76.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33)

식품안전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소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시행하면서 유통기한을 위ㆍ변조하거나 부적합 지하수를 사용할 경우 영업허가ㆍ영업등록 취소 내지 영업소 폐쇄 처분을 내리고 있다. 물론 악의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유통기한이 장기간 경과한 경우에는 위해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법령이 제정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대다수 현실적인 상황은 다르다.

최근 미국 FDA에서 업계에 공문을 보내면서 ‘유통기한(Sell by)’이라는 표시 대신 ‘최적소비기한(Best if used by)’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국내 법령도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표시 변경을 요청한 사유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무분별하게 버려져 낭비를 초래하고 음식 쓰레기가 늘어나는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이라고 하며, 미국은 2030년까지 식품 쓰레기를 5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한다.

이런 미국 정부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유통기한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어, 이것을 하루라도 넘기면 마치 바로 썩거나 위해물질을 함유한 섭취 불가능한 식품으로 취급하면서, 이를 제조ㆍ판매할 경우 엄벌에 처하고, 심지어 보관하는 경우에도 폐기용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과 함께 행정처분까지 명령한다.

대다수 국내 법령이 그렇듯 이처럼 식품관련 법령에서 유통기한을 중요시 하게 된 사유는 일부 부정직한 영업자들이 부당이익을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지 오래되어 위해한 식품을 제조에 사용하거나 포장지를 바꿔가면서 유통기한을 변조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현재도 앞으로도 이러한 범죄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과학적으로 유통기한이 경과했어도 소비기한이 경과되지 않은 식품은 먹을 수 있지만, 현행 법령에 따라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총회에서도 식품 쓰레기 문제가 전 세계가 협동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성이 크다.
 
특히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식료품 중 30%가량이 소매 및 소비자 수준에서 손실되거나 버려지는데, 약 190조원에 해당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며, 미국 가정 음식쓰레기의 약 20%가 식품이라고 한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은데, 1인당 식품 쓰레기 발생량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2~3배가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국내 전문가들도 일본처럼 상미기한으로 변경하거나 소비기한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정관리 측면에서 효율성과 편의성을 고려해야 하고, 유통업체가 관리 용이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법령 개정이 쉽지 않다고도 한다.
 
일본의 경우 소비기한과 상미기한 등 두 가지로 표시하는데, 소비기한은 대체로 식품제조일로부터 5일 정도 내에 부패나 품질저하가 급하게 이뤄지는 유제품 등의 식품 유효기간을 표시할 때 사용하고, 상미기한은 이밖에 냉장 또는 상온 보존하는 등 일정한 조건 하에 품질이 보존되어 맛을 보증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즉, 상미기한은 품질유지기한이랑 유사한 개념이므로 충분히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식품위생법 제7조에 따른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는 유통기한의 설정을 영업자 자율로 정하고 있으며, 품목제조보고 시에 첨부해서 관할 행정기관에 제출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첨부된 유통기한 설정 사유서를 문제로 사건이 발생한 적은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라면 결국 소비자를 위해서나 행정관리 측면에서 용이한 유통기한도 필요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 안전성을 고려해 유통기한 제도 개정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때는 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적절한 공개적 토론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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