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걸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폴리페놀 성분 함유 유색미로 식혜 만들면
항산화활성 높은 제품으로 특성화할 수 있어

김남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농업연구사

[식품저널] 커피, 탄산음료 등 다양한 음료들이 소비되고 있지만, 우리 전통음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식혜’일 것이다. 특히 명절이나 잔치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던 달콤하고 구수한 식혜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에게도 낯설지 않은 추억이다.

이러한 식혜음료 시장은 1990년대 중반에 80여 업체가 성업하며 25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음료제품 다양화와 입맛의 서구화 등으로 인해 점차 축소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건강과 전통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실례로 명문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제조법을 활용한 식혜가 제품화되거나 유명 조리가, 식품명인 등이 만든 식혜가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파우치, 스틱 형태로 포장이 다양화되고 DIY(do-it-yourself) 제품이 시판돼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소비자의 이용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항산화활성 등 생리활성이 높은 다양한 음료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는 엿기름 제조기술과 다양한 쌀을 이용해 식혜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기존 전통방식의 식혜는 밥쌀용 흰쌀로 만들었으나, 수확후이용과에서는 항산화활성이 있는 유색미인 ‘흑진주’, ‘조은흑미’, ‘홍진주’, ‘흑광’, ‘건강홍미’를 이용해 식혜의 기능성을 높이는 연구를 했다.

우선, 유색미는 현미 상태로 이용해 겨층에 있는 식이섬유, 무기질 등 영양성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유색미가 함유하고 있는 탄닌과 안토시아닌 성분은 항산화활성, DNA 손상 및 암 억제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혜의 품질특성을 분석한 결과, 유색미로 만든 식혜는 백미 품종인 ‘일품’으로 만든 식혜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당도, 환원당 함량, 점도가 낮았고, 반대로 탁도는 높았다. 항산화 기능이 있는 폴리페놀 화합물 분석 결과, ‘흑진주’로 만든 식혜의 경우‘일품’으로 만든 것보다 총 폴리페놀 함량이 2.4배가량 높았다. 또 항산화활성의 지표로 사용되는 DPPH, ABTS 라디칼 소거능력이 ‘흑진주’로 만든 식혜에서 ‘일품’으로 만든 것보다 각각 1.5배와 1.4배 높게 나타나 항산화활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활용해 유색미로 만든 식혜를 제품화한다면, 폴리페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항산화활성이 높은 식혜로 제품을 특성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속연구를 통해 식혜에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할 예정이다.

식혜를 만드는 방법은 지역과 가정마다 다르며, 다양한 제조법이 전해져 내려와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지금의 수입산 원료로 만든 상업화된 식혜를 대체해 우리 고유의 전통 식혜 문화를 계승ㆍ발전시키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맛을 다양화하고 품질을 높인다면, 식혜는 남녀노소 모든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음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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