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35)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해
창조 능력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다

[식품저널] 나이를 먹다 보니 가끔은 지나온 과거를 특별한 뜻 없이 뒤돌아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때, 그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경험을 한다. 어느 때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에 젖어들 때도 있으나, 실수나 아픈 기억 속에서 아쉬워하기도 한다.

주어졌던 시간을 되새김하면서 평범한 한 사람이, 탄생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생각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있는 그대로 회고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충동이 인다. 물론 태어나서 한동안의 영상은 여러 어른들의 힘을 빌리고, 내가 듣고 기억했던 것을 기초로 해야겠지만, 의지와 기억이 있고부터는 나 스스로 머리에 남아있는 것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결코 완전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사실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있었던 일 그대로를, 어느 부분은 조금 과장되는 것도 있겠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럴 필요도 없는 나와의 대화이니, 아마도 조금은 자유스러울 것이다.

대부분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의 기록이고, 과거가 정리되면 지금까지 내가 이뤄놓은 것들의 조각들을 순서대로 맞춰 보는 시도를 하고 싶다. 형체로 남아있는 것도 있겠지만 그냥 무형으로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도 찾아내고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내가 걸어온 길을 거꾸로 다시 가보면서 이뤄놓은 것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역할도 구색으로 넣어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크게 성공한 인생이 아니더라도, 한 평범한 민초가 이 나이 먹을 때까지 무엇을 해서 무엇을 이뤄 놓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 런지.

내 주위에 있는 평범한 한 사람의 과거와 살아온 길에서 만들어낸 성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경험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그 뜻을 찾고 싶다. 특히 이뤄진 결과들에 대한 배경과 그 의미 등도 곁들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생각에서 그 이루어짐을 평가하면서 나 자신도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기도 한다.

이어서 앞으로 남은 삶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고 싶다. 40여 년의 공직생활에서 이제는 물러나 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흉내를 내고 있는데, 과연 내가 나를 어디로 끌고 가야 할지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얻고자 함이다.

근래 발표에 의하면, 100세 장수는 이제 일반적인 개념이 됐고, 그 이후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옛날 같았으면 20~30년 전에 이미 내가 왔던 곳으로 돌아갔을 나이인데, 지금 이 순간을 건강하게 사는 행운을 누리고 있으나,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지나온 세월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운 좋게 이들 요건이 갖춰졌을 때 내가 할 일을 정리하고 다짐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무료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다가오는 내 삶의 시간에서는 우선,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계속 하고 싶다. 내가 전공했던 분야든, 아니면 전연 생소한 영역에서 헤매든,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움직여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또한 내가 경험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여 창조할 수 있는 내 능력을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은 욕망도 있다. 가끔은 글을 써서 내 생각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느낌을 나눌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것은 바로 나와의 약속이며,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이뤄놓은 것들을 모아놓은 것, 이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다는 약속은 나 개인의 일이긴 하지만, 이 기록을 보고 공감하고 또 도움이 된다면, 이 또한 내가 존재하는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런 생각에 공감한다면 몇 사람이 모여서 공동집필해도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여러 경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직접 혹은 간접 경험이 응축되어 나만의 지혜로 표출된다는데, 정말 그러는지 내 생각을 공유해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앞으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나만이 나 혼자서 갈 것이기 때문에 기대와 설렘이 일기도 한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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