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법령서 금지된 표시ㆍ광고 ‘복사판’…현실은 ‘더 복잡’

김태민 변호사
식품법률연구소

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85.
식품위생법 표시ㆍ광고 삭제 부분(1)

[식품저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듯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때는 과거의 것에 얽매이지 말고, 문자 그대로 새롭게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맞다. 2018. 3. 14.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존에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던 ‘표시ㆍ광고’ 부분을 새 법률에 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9. 3. 14. 법령이 시행됐고, 시행규칙은 그보다 한 달 뒤인 2019. 4. 25. 제정ㆍ시행됐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고시가 제정되지 않아 과거 식품위생법에서 허용됐던 숙취해소를 포함한 유용성 표시ㆍ광고에 대한 논란은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해커톤 합의를 통해 10월까지 다양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고시 제정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개별 이해당사자들의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은 기간 동안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식품표시광고법이 제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법령을 제정하면서 당시 발표됐던 사유를 보면 ‘식품위생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및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분산되어 있는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규정을 통합하는 동시에 식품 등의 표시의 기준에 관한 주요 내용을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식품ㆍ건강기능식품ㆍ축산물ㆍ수입식품 등 관련 영업자들이 표시ㆍ광고 규제의 주요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영업자가 식품 등에 관하여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하여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음란한 표현을 사용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부당한 표시ㆍ광고를 금지하며, 식품위생법 및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능성 표시ㆍ광고 사전심의를 폐지하고 식품 관련 단체에서 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를 자율적으로 심의하는 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이유로 새롭게 법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큰 문제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첫 번째 제정 이유는 ‘영업자들이 표시ㆍ광고 규제의 주요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는데, 일반가공식품과 축산물가공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영업자가 아닌 이상 관련 법령의 규정만 보면 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다른 제품까지 함께 규정된 법을 보게 되니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은 아닐까? 물론 다른 제품에 관련된 법령과 비교해 형벌이나 행정처분이 상이해서 억울한 부분은 다소 해소가 된 것은 맞지만, 영업자를 위해서라는 목적은 고민해 볼 사안이다.

영업자 입장에서는 기준ㆍ규격이나 영업자 준수사항에 대한 것은 식품위생법이나 축산물위생관리법, 수입에 대한 것은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 자가품질검사에 대한 것은 식품ㆍ의약품 분야 시험ㆍ검사에 관한 법률, 표시ㆍ광고에 대한 것은 식품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로 관련돼 알고 있어야 할 법령만 더 늘어난 것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둘째로 ‘영업자의 부당한 표시ㆍ광고를 금지하며’라는 표현이 있는데, 기존 법령에서도 금지된 표시ㆍ광고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대부분이라 과연 새로운 식품표시광고법이 제정되면 부당한 표시ㆍ광고가 자동으로 금지될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전심의를 폐지하고, 자율적으로 심의하는 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이 부분도 이미 개별 법령을 개정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 새로운 법령을 제정할 정도의 사유는 되지 못한다. 심지어 표시ㆍ광고 부분이 구 식품위생법에 규정돼 있었던 때에는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서 직접 조사해 송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아직까지 수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오히려 과거보다 부당한 표시ㆍ광고를 근절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1960년대 초에 제정된 식품위생법을 손질하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법령을 새로 제정하거나 기존의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결정돼야만 하는 일이다. 일단 시행은 됐으니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새로운 법령을 수정해 나가는데 모든 역량이 집중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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