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 변호사의 식품법률 강의 94. 식품위생법 표시ㆍ광고 삭제 부분(8)

김태민 변호사

어린이 키 성장 건기식 광고 이대로 두는 것은
식약처의 직무유기, 소비자 기만 방조하는 것

김태민 변호사(식품법률연구소)

과대광고 시장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아이템은 ‘다이어트’와 ‘어린이 키 성장’이다. 이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서 현실을 벗어나 희망을 쫓도록 만든다는 차원에서 아주 죄질이 나쁜 과대광고다. 특히 어린이 키 성장 과대광고의 경우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악용하는 것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다른 어느 것보다 강도 높은 단속과 처벌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이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듯 2014년 8월 25일 식약처가 황기추출물등복합물을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음(생리활성기능 2등급)’의 내용으로 기능성 원료로 인정하는 씻지 못할 과오를 범했다.

우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 건강 증진과 소비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데, 어린이 키 성장을 건강과 연결시킨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더 큰 문제는 해당 추출물이 함유된 제품을 120일 동안 섭취한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 간에 키 차이가 ‘3㎜’에 불과함에도, 이런 결과로 인해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한 것은, 이 기능성 원료가 취소될 때까지 비난받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어린이 키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3㎜’는 얼마든지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수치다. 심지어 일반적으로 키를 측정할 때를 생각하면 ‘㎝’도 아니고 ‘3㎜’ 차이는 측정할 때마다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한 상식이다.

이런 이유로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인정해 준 식약처의 행위에 대해 2015년 MBC ‘시사매거진 2580’과 SBS 뉴스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그 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종진 의원, 양승조 의원, 김제식 의원, 최동익 의원 등 다수의 의원이 ‘120일 동안 키가 3.3㎜ 자란 것이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2017년 식약처는 해당 원료에 대해 재평가를 했는데, 더욱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는 24주, 170여일을 만 6~8세 어린이 129명에게 섭취시킨 결과, 대조군과의 차이가 ‘2.9㎜’로, 오히려 120일을 섭취했을 때보다 ‘0.4㎜’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런 결과를 통해 유의적인 결과를 일관되게 얻었다면서, 재평가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최초 승인한 것을 취소할 경우 해당 업체의 행정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두려워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전부 2017년 12월 29일 식약처가 공개한 ‘2017년 건강기능식품 상시적 재평가 결과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키 성장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광고를 보면, 순간적으로 대조군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여주지만, 정확하게 ‘3.3㎜’ 차이가 난다는 구체적인 설명은 인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린이 키 성장 제품은 일반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지 않고, 전부 전화상담을 통해 수개월분을 수백만원어치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도 문제다.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해당 기능성 원료를 취소할 수 없다면, 판매방식이나 광고심의를 통해 소비자에게 해당 원료가 120일 간 섭취해봐야 섭취하지 않은 어린이보다 ‘3.3㎜’ 더 크는 것도 아니고, 클 수 있다는 사실과 24주를 섭취하면 오히려 그 차이가 ‘2.9㎜’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반드시 광고에 처음부터 끝까지 노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심의기관에 지침을 내려야 한다. 어린이 키 성장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이대로 놔두는 것은 분명한 식약처의 직무유기고, 소비자 기만행위를 방조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적발된 어린이 키 성장 관련 일반식품도 실제로 온라인 사이트에서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강력한 대응방안을 통해 판매이익을 환수하거나,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의약전담부와 연계해서 압수수색과 구속수사를 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연일 미흡한 대응으로 국민들에게 불신만 쌓고 있는 조직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과오를 인정하고 행정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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