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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산책] 간발의 차이로 이 세상에, 지금 내가 존재한다

기사승인 2020.03.25  09: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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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60)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내 의지로 결정되는 것은 많지 않고
이웃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낀다

며칠 전 실로 한가한 시골길에서 운전하고 가다가 1초도 안 되는 간발의 차이로 이 세상을 하직할 뻔 하였다. 순간 죽음을 실감했다. 여유롭게 경치를 즐기면서 천천히 운전을 하는데, 반대 차선으로 가고 있는 트럭을 앞지르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차선으로 반대편에서 승용차 한 대가 한 순간에 뛰어든 것이다. 생명이 걸린 큰 사고가 실로 순간이라는 것을 내 눈앞에서 실감하였다. 그 차는 간신히 비켜서 갔지만 나는 급정거하여 한동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 이 때의 느낌, 나와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도 잘 두어야겠고, 이들 이웃 때문에 오늘도 내가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차근차근 내가 지금까지 나와 더불어,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받고 있는 은혜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주위에서 어느 것 하나 내 스스로 만들고, 매일 먹고 있는 쌀 한 톨을 생산해 본 적이 있는가. 모두가 나 아닌 다른 분들이 노력하여 만들어 놓은 산물과 결과를 이용하고 있으며, 내 생명까지도 그들의 보살핌으로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차를 타든 버스를 이용하든 운전기사의 한 순간 실수는 나와 함께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니, 이들의 정신 차린 음덕으로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원시시대에 살고 있다면야 단순하게 나를 위협하는 맹수들만 피하면 되겠지만, 지금 세계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나의 생존과 직간접으로 깊이 연계되어 있다. 한 순간도 내 의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많지 않고, 더불어 사는 이웃과 직간접으로 깊게 고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여태껏 갖고 있다고 여겼던 지식과 경험도 모두가 다른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 놓은 돌덤이 위에 자그마한 한 줌의 티끌을 더 올려놓은 것에 불과하고,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의 많은 것을 내가 이루어 놓았다고 자만한 것이 부끄럽다고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나는 불의의 사고는 과연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집단사회를 이루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은 그것이 좋건, 그렇지 않든 모두가 나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 사회에 사는 한 그 변화의 흐름에서 피해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요 며칠 하늘이 맑아 좋은 기분으로 살았다. 그러나 때때로 끼어드는 미세먼지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느끼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피해는 내가, 우리가 보고 있다. 나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것 같지만 모두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급속히 나빠지는 지구환경은 사람이 만든 인재에 가깝기 때문에 이웃의 존재를 느끼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또한 실감하게 된다.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니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의 여파로 태평양의 한 섬나라는 상당 부분이 침수되어 이사를 가야하고, 몇 년이 더 지나면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어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웃들이 그렇게 만든 것인데 그 이웃을 탓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개인에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이 모두 주위 환경이나 다른 사람과 밀접히 관계되어 있어 조금 크게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실증이다. 남미의 나비 날갯짓이 북반구의 태풍을 몰고 온다는 나비이론이, 아마도 서로 긴밀히 얽혀있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간의 관계를 극명히 상징하는 사례라 여겨진다.

생명체로 살아가는 한 매일 숨 쉬고 먹고 마시며 생활하는 것 자체가 타인, 타 물질 의존성이며, 이들의 변화에 의해서 내가 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는, 조금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은 여유를 부려 주위를 살피며 나 아닌 다른 대상에게 최소한 피해는 주지 않으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는데 그게 쉽지 않구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도 조금 도움이 되려는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식품저널 foodinfo@foo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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