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전북대 명예교수

김치 유산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
장류 고초균, 프로바이오틱으로 인정

발효식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지구에 처음 출현한 미생물의 작용으로 발효식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최초로 자연에서 얻은 가공식품 중의 하나이다. 이후 자연에서 발효작용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이어졌으나, 관여하는 미생물을 선택하고 온도 등 발효 조건을 관리하여 목적하는 산물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 발전하였다.

발효는 미생물로 분류되는 세균ㆍ곰팡이ㆍ효모가 유기물질에 작용하여 그들의 생존전략으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며, 이때 산물로 얻어지는 물질을 인간이 이용하고 있다. 발효 산물로는 각종 발효식품, 항생제 등 의약품, 아미노산과 비타민 등 기능성 물질, 탄산가스나 수소 등 기체가 포함되며, 이들이 인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하는 발효산업은 식품뿐만 아니라 화학, 환경정화, 제련, 심지어 방사성 물질 제거 관련 분야 등 실로 그 범위가 넓다. 따라서 미생물을 매개체로 하는 발효산업은 제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화학 공장과 다르게 생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 친화적인 에너지 절약형의 특징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긴 역사에 걸맞게 많은 고유 전통 발효식품을 갖고 있다. 장류, 김치, 젓갈, 식초 등과 함께 각종 절임식품은 우리 식단의 독창성을 부여하는 데 없어서는 아니 되며. 한식의 바탕인 조미료 역할과 함께 반찬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통식단에서 장류가 빠지면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없으며 젓갈이 없는 김치는 김이 빠진 탄산음료와 같이 싱거운 김치가 된다. 그 외에 식초는 많은 식품에 맛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독특한 풍미로 음식의 맛을 조화롭게 하는데 큰 몫을 한다.

발효식품은 그 자체로서도 인류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지만, 더 큰 영역으로 부각되는 분야가 관여하는 미생물이다. 세계적으로 건강 장수식품으로서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요구르트는 그 기능을 밝혀 노벨상까지 받은 분야이다. 우유나 육류 발효제품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고, 건강기능성식품으로서 우유 발효제품이 세계인의 머리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서양보다도 더 많은 발효식품을 먹고 있는 동양의 제품들은 세계인의 관심밖에 있었다. 아마도 연구 인력과 관련 분야 학문 발전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전통발효식품에 대한 과학에 기반을 둔 연구결과로 우리 전통발효식품을 세계에 알려야 할 때가 되었다.

김치, 고추장 등은 세계에 한국의 고유한 식품으로 알려졌으나, 식품으로서 인기를 넘어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을 밝혀야 한다. 전통발효식품은 수백 가지 서로 다른 미생물이 관여하는 미생물의 보고이며, 이들 미생물이 발효에 관여하면서도 먹었을 때 장내로 들어가 많은 유익한 생리적 기능을 한다는 것은 잘 밝혀져 있다.

이제 미생물은 최초 발견자의 권리를 세계적으로 인정해주는 국제 조약이 발효 중이다(오사카 협약). 우수 미생물을 선점하는 것은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고, 우리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 전통발효식품에 관여하는 미생물을 확인하고, 인체 내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혀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양은 발효 기질이 주로 우유와 육류이지만 동양, 특히 우리나라는 채소류나 콩 등 두류가 중심에 있다. 따라서 관여하는 미생물도 다르고, 특성도 같지 않다. 김치 발효젖산균 중 가장 강력한 기능을 갖는 유산균(Lactobacillus plantarum)은 근래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된장이나 고추장 등 메주를 원료로 사용하는 장류 발효균인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 새로운 프로바이오틱으로 인정되고 있다.

김치나 장류를 먹었을 때 대장에 유익균의 숫자가 늘어나고 다양한 긍정적인 생리적 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장내 세균총은 비만,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정신영역까지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과학계의 지대한 관심 대상으로 우리 전통발효식품에 관여하는 수많은 미생물의 장내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 분야 국내 과학자들의 숙명적 과제이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몇 년 이내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전통발효식품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이를 증명하여 세계에 알리는 것도 전통발효식품을 물려주신 조상에 대한 후손의 큰 책무이다.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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