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화 명예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78)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주관적인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을 좀 더 갖고
마음속 풍요로움 더하는 것이 인생의 지름길 찾는 법

얼마 전 읽었던 책 제목과 유사하다.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갈 때 더 빠른 길을 택해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름길을 얘기한다. 책에서 그 길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지름길보다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쌓아나갈 때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힘주어 말하고 있다. 모두에게 하루 24시간을 꼭같이 주었고, 그 누구에게도 주어진 한 시간의 길이는 차이 나지 않는다. 나에게 배정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다.

길을 가다보면 많은 갈래 길이 있는데, 목표 지점을 향해 갈 때 분명 지름길은 있을 수 있다.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하였다. 크로노스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물리적인 시간이며 절대기준이다. 그러나 카이로스는 개인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관적인 시간 개념으로, 시간의 주인인 나를 향해서만 흐르고 그 길이는 내가 느낀다.

어릴 때 시간은 확실히 늦게 갔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 갔다 와서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부모님이 학교에 가야하는데 늦었다고 다그치면 깜짝 놀라 책가방을 허둥지둥 다시 챙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생활했다면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아주 느리게 가서 하루가 길었고, 10대에는 언제 어른이 되어 양복도 입고, 담배도 피우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가 하면서 빨리 가지 않는 시간을 원망하고 나이가 차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하루가 금방인 것 같이 지나가나 어려운 환경에서는 어찌 그렇게 느리게 가는지 견디기가 어려운 경험을 한다. 그때 시간도 우리의 생각 여하에 따라 길고 짧음을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시간의 지름길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는데, 그것은 단지 내 마음속 지름길로 느낄 뿐이다. 그냥 시간은 크로노스가 아니라 내 마음먹기에 따른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은퇴하거나 딱히 할 일이 없어 하루를 보낸다면 그 시간이 얼마나 느리게 지나갈 것인가. 이런 경우 과연 지름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일에 몰린 직장생활이나 한 회사를 책임진 관리자의 경우 아마도 어찌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가를 한탄하려는지 모르겠다. 할 일은 많은데 벌써 오전이 가고, 조금 있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된다. 두 삶을 비교할 때 어느 삶을 선택할 것인가? 개인에 따라서 선택은 다르겠지만, 삶을 즐기고 주어진 시간을 행복이라고 여기면, 그 시간이 내 것이라 여겨질 것이다.

우리 사이에서 회자되는 얘기로 나이 따라 시간 가는 속도는 20대는 20㎞, 40대는 40㎞, 70대는 70㎞라는 상대적인 개념에 공감하게 된다. 절대적인 시간의 개념이 내 생각과 생활여건에 따라서 크게 차이 나는 것을 느끼고 산다.

막 봄의 향기를 느끼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와서 땀을 흘리며 시원한 곳을 찾는다. 절대적인 개념에서는 시간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에게는 하루하루가 시간의 쌓임이라는 것을 아니 느낄 수가 없다. 빠른 속도로 우주여행을 할 때 시간은 늦게 간다는데, 우리가 지금 느끼고 셈하는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이라는 것보다 상대적이라는 것을 과학자들은 증명하고 있다. 시간도 늘이거나 더 압축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런 것은 일반적인 얘기는 아니고 특수상황의 개념이나, 이 모든 것이 절대 시간보다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상대 시간이라는 것에 공감이 간다. 명상이나 참선에 들면 시간의 개념이 없어진다는 데, 일반인의 시간과 다른 세상에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순간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고 있는데, 얼마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 있는 지는 알 수 없으나, 절대적인 시간의 개념보다는 주관적인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을 좀 더 갖고,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음속 풍요로움을 더하고 싶은 생각이다. 이것이 인생의 지름길을 찾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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