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김치의 날 성공 개최, 김치업체에 훈ㆍ포장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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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산업 진흥부터 문화까지... 김치의 모든 것 전담하는 기관 ‘김치원’ 있어야”

“김치 주재료인 채소의 파종단계부터 김치의 생산ㆍ유통ㆍ수출ㆍ홍보까지 김치산업 진흥을 위한 모든 것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김치산업 진흥을 위한 사업뿐만 아니라 김치와 관련된 문화와 인문학적인 면까지 아울러 콘트롤 할 수 있는 기관인 ‘김치산업진흥원’을 설립해야 합니다. 저는 짧게 줄여서 ‘김치원’이라고 합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한정식전문점 봉우리에서 만난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김치산업진흥원’ 이야기부터 꺼냈다.

▲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사진=나명옥 기자

“태권도가 세계화되는 데에는 국기원이라는 구심점이 있었죠. 국기원이 우리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일조했지요. 김치도 세계화하려면 국기원과 같은 구심점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김치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녔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분이...여수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지난 10월에 김치산업진흥원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김치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주셨어요. 주 의원 발의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김치는 만들어서 팔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는 거예요. 많이 만들어서 파는 식품에서 끝나는 그런 음식이 아니라는 거죠. 뼛속까지 스며든 우리 정서와 문화를 김치에 녹여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김치의 모든 것으로 총괄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해요.”

이 회장은 김치협회장을 하면서 식품 여러 기관이 있지만, 김치의 모든 것을 하나로 모아서 전담할 수 있는 기관이 생겨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김치 관련 일관성 있는 행정 필요
Q 김치협회장을 하면서 가장 절실했던것이 있다면?

“제가 김치협회장을 하는 동안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김치를 담당하는 사무관이 세 번이나 바뀌었어요. 김치 관련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사무관이 필요한데... 사무관 밑에 주무관 두 사람이 있는데, 김치만 하는 것도 하니고... 전통식품 전체를 맡아서 행정을 하는 거예요. 그것도 1년에 한 번꼴로 사람이 바뀌니 업무의 지속성이 없잖아요? 그러니 김장철뿐만 아니라 9~10월에 배추가격이 폭등하는 걸 잡지 못하는 겁니다. 배추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그때 예상했다면... 정책을 세워서 김치업계에 저온창고만 지원해 줬어도...

봄배추가 나왔을 때 3개월 정도 저장할 수 있는 시설만 있으면 김치업체들이 가락시장까지 가지 않을 거라는 말이에요. 그러면 일반 소비자들이 쓰는 배추 사용 시기와 겹치지 않아요. 그러면 가격이 폭등하지 않아요. 한 차에 500만~600만원하던 배추가 지난 9월에는 3300만원까지 올랐어요. 이렇게 되면 김치업체들이 어떻게 버티냐구요. 김치 선두업체인 한 대기업이 9~10월에 60억원 정도 적자가 났다고 들었어요. 그 정도면 대기업도 무척 힘이 드는데, 중소기업은 어떻겠어요? 배추가격이 폭등하면 중소기업들은 공장문을 닫아놓았다가 배추가격이 내려가면 공장을 가동하는 거예요. 그러니 김치산업의 지속성이 담보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김치산업 진흥을 위한 역할과 함께 김치와 관련된 문화, 김치와 관련된 인문학을 아우르는 김치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봐요. 김치산업진흥원 설립 근거를 마련하려는 ‘김치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주신 주의원님께 힘을 실어드려야 하고, 언론에서도 도와주셔야 해요.”

이 회장은 정부가 김치 관련 업무를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김치산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배추가격 안정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21년 1월 말이다. 아직 해야 할 숙제는 많다고 했다. 2018년 1월 제3대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이 되었을 때 식품저널과 인터뷰에서 1차 목표는 회원사를 100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또, 김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김치를 소비하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나서야 되고, 영부인과 청와대에서 김치를 함께 담가서 소외된 이웃에게 나눠주고, 청와대 뒤뜰에 항아리를 묻어 김장김치를 먹으면 건강도 챙기고, 우리의 김치 문화를 세계 만방에 알리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했다.

김치협회 회원사 80여 업체로 늘려
Q 김치협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세웠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생각하나요?

“협회장 취임 당시 회원사가 45개 사였는데, 회비를 내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8개 업체를 제명하고 37개사로 출발했어요. 회원사를 늘리기 위해 업체를 방문하고, 워크숍도 개최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한 결과, 현재 회원사가 80여 업체로 늘었어요. 2018~2019년에 김치업체와 유관기관이 함께 모여 워크숍을 개최했어요. 워크숍을 계기로 협회 신규 회원사 가입이 늘었어요.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회원사들이 어려웠지요. 단체급식하는 곳에 납품해 매출을 올리는 업체가 많은데, 코로나19로 재택이 늘면서 납품을 못하게 되니 회원사들의 형편이 어려워졌어요. 그러니 회비를 내라는 말도 하기 어렵고, 협회에 가입하라는 말도 하기 어려웠어요.”

▲ 지난 11월 20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김치의 날 기념식에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김치의 날 계기로 김치산업계 자긍심 부여
Q 협회장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제1회 김치의 날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해 축사를 통해 김치업계 종사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어요. 축사에 김치 관련 산업 진흥과 문화적 인문학적 정서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있었어요. 지금 김치업체 사장님들은 김치산업 1세대인데, 1세대에게 자긍심을 주어야 대를 이어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2세대가 김치산업을 바라보게 되겠지요. 김치산업에 기여한 분들에게 훈포장을 드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 그 뜻이 이루어진 거예요.

제1회 김치의 날을 계기로 김치업계에 계시는 분들의 자긍심이 높아졌고, 자식들에게 이 사업을 대물림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김치산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김치를 팔아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떠나 직업으로서 존중받고, 김치산업이 국가의 기간 산업, 먹을거리사업으로서 국가를 지킨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이 사업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Q 김치협회장으로서 성과를 꼽는다면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해 제1회 기념식을 하게 된 것과 김치자조금이 늘어난 것이에요. 김치의 날은 김치가 11가지 이상의 식재료로 만들어 22가지 이상의 효능을 낸다고 해서 김장철에 맞춰서 정해졌지요. 자조금은 국회 예산 심의를 통과했어요. 김치협회가 국산 김치의 가치와 품질을 높이고, 김치를 세계만방에 알려 김치를 세계화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김치의 맛과 품질 제고에 힘을 모아야
Q 김치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산 김치의 품질 수준을 높이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가끔 중국산 김치와 가격경쟁을 하려고 하는 업체도 있는데, 그러면 수준이 떨어져 경쟁력에서 뒤진다고 봐요. 특히, 식당업을 하시는 분들은 중국산 김치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식당은 주인이 김치 하나만 맛있게 잘 담가도 다른 식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데, 식당에서 김치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치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김치를 담그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는 식당에서 김치 하나만큼이라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어야 하고, 외식업을 하는 분들은 주인이 직접 김치를 담그지 못하더라도 잘 담근 한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것이 손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은 식당에 갔을 때 김치가 맛이 없으면 먹지 않고, 김치 자체를 불신하게 돼요. 식탁에 나온 김치를 먹지 않게 되면 결국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됩니다.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김치는 맛있는 것을 내놓고, 소비자들은 식탁에 나온 김치는 잘 드셨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 맛있는 김치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고, 맛없는 김치만큼 맛없는 음식이 없지요. 따라서, 김치를 만들 때는 좋은 재료에 각별한 신경 써야 해요. 김치 협회 차원에서 한국김치 먹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요.”

▲ 김치를 담고 있는 이하연 회장. 사진=봉우리

김치 제대로 알려 가치를 높이고, 세계화 기여
Q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김치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 중국의 한 언론 매체에서 자국의 절임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가 김치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보도해 마치 중국이 김치 종주국처럼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우리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는 만드는 과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요. 김치는 절이고, 양념해서 발효 숙성하지만, 파오차이는 단순한 채소절임 식품이에요. 김치는 발효과정에서 원재료에 없었던 각종 영양ㆍ기능성 물질과 유산균이 새로 생성되어 절임채소류와 차원이 다른 건강기능성을 가진 식품이지요. 채소절임식품이 김치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고 싶어요.

제가 돈이 많으면 BTS를 모델로 김치 홍보 영상을 제작해 세계인의 통행량이 많은 뉴욕 거리에서 홍보하고 싶어요. 김치는 빵이나 고기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려요. 김치가 제대로 홍보되어 현지 음식과 함께 먹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오리지널 김치를 찾게 되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거에요. 관광과 김치교육을 연결시키면 김치 세계화도 앞당겨지리라 기대해요.”

이 회장은 조상 대대로 먹어왔던 김치가 건강에 좋은 음식이지만, 서로 나누는 김장 문화는 정서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사진 하나만 찍더라도 ‘김치’라고 할 정도로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최고의 음식이며, 코로나19 극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는 등 김치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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