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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관비 버리고 2년 넘은 쌀만 가공용으로 공급하는가”

기사승인 2018.07.09  1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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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제매입세액공제 108분의 4, 식품가공업체는 유흥업소 수준”

[쌀 산업 발전과 소비 활성화 전략 심포지엄 토론]

쌀 산업 발전과 소비 활성화 걸림돌 해소해야

“왜 2년 넘은 쌀만 가공용으로 공급하는가? 왜 그렇게 하면서 국산 가공산업의 신뢰도나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왜 2년동안 보관비를 지출하고, 2년 후 밀가루에 준하는 가격으로 가공용 쌀을 내놓는지 아이러니하다.” “음식업소는 108분의 8을 의제매입세액으로 공제해 주고 있는데, 식품가공업체는 104분의 4다. 이것은 유흥업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두호
국립식량과학원장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식품저널, 농수축산신문이 지난 4일 서울 aT센터 그랜드홀에서 개최한 ‘쌀 산업 발전과 소비 활성화 전략’ 심포지엄 및 토론회에서 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쌀 산업 발전과 소비 활성화 전략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 김두호 국립식량과학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이 참여해 쌀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토론 요지를 정리한다.<편집자 주>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 쌀에 대한 관념은 고착화 돼 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쌀 생산 농민의 50% 이상이 65세를 넘는데, 이 분들은 농사를 30~40년간 지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수확 왕을 선정해 대통령상을 주는 문화에서 지금은 오히려 쌀을 생산하지 않아도 돈을 주고 있다. 한 세대 계신 분들이 이런 문화를 다 겪었다. 이 분들의 관념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생산자단체도 이를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 쌀 생산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전국적으로 7~8년 정도 교육을 했다. 그런데 구조적인 문제보다 산업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생산자가 아무리 고품질 쌀을 생산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2년에 6단계로 강화된 쌀 등급제를 잠깐 시행했는데, 산업체 쪽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현장과 맞지 않다’고 해서 다시 3단계로 환원됐고, 여기서 괴리감을 느꼈다. 생산자들은 소비자의 신뢰를 받기 위해 등급제를 더 강화하고, 등급제에 따른 소득기준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이 품질 좋은 쌀을 생산했을 때 소득이 보다 좋아지게 하는 모습을 보여 이것이 정부정책의 일환이 돼야 된다고 했는데, 이게 오히려 산업계 거부로 기준을 만들지 못했고, 그 전으로 환원되는 상황을 겪었다.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를 알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오해도 풀어야 한다. 어떤 언론보도를 보면 치과의사가 밥이 충치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쌀의무자조금이 필요하다. 소비자 오해를 먼저 풀어야 올바른 소비자 니즈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공용 쌀은 정부양곡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왜 구곡을 가공용 원료로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밥쌀은 2년까지 정부에서 보급하고, 2년이 넘으면 가공용으로 간다, 왜 그렇게 하면서 국산 가공산업의 신뢰와 쌀가공식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밥쌀값으로 사면서 2년동안 보관비를 지출하고, 2년 후 밀가루에 준하는 가공용 쌀을 내놓는지 아이러니하다.

처음부터 밥쌀용 쌀 가격에 준하는 가공용 쌀을 정부가 가공산업 종사자에게 풀면 쌀가공식품의 품질도 올라가고, 보관료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왜 꼭 정부는 2년동안 보관한 후에 푸는가? 정부의 목표는 수급조절이라 하지만, 수급조절이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쌀 산업 발전을 위해서 밥쌀 시장과 가공용 쌀 시장, 새로운 수요자 창출 등 새 패러다임이 목표가 되어야지, 단지 수급안정이 가공산업 활성화의 목표가 되면 안 된다.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

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 = 정부 발표를 보면, 2016년 쌀가공산업 규모가 4조4000억 원이라고 하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쌀가공산업 규모가 얼마이고, 종사자는 몇 명인지, 각 업체들의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분석해야 되는데, 이를 조사하는 기관이 없다. 그래서 우리 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봤는데, 쌀가공식품 업체의 53%가 연간 매출이 1억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1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업체는 87%였다. 나머지 13% 정도가 연간 매출액이 10억 원 이상이었다. 이는 쌀을 소비하고, 국민들에게 좋은 가공식품을 공급해야 하는 업체들의 연구능력, 마케팅 능력, 원료조달 능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정부의 역할도 한 몫 했다. 쌀이 부족해 분식을 장려하다 보니 어느새 입맛이 밀가루에 길들여졌다. 밀가루 음식이 여태까지 발달해 왔다. 무려 70년 정도 발전해 온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쌀가공식품의 역사는 얼마나 됐나. 쌀로 막걸리를 만들도록 허가한 게 1991년이다. 28년 정도 됐는데, 오늘날의 쌀가공식품으로 발전된 역사가 길지 않다. 쌀가공산업도 제대로 처방이 나와야 되지 않겠나. 이런 부분에 대한 통계가 필요하다.

쌀가공업체나 생산자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인프라가 있는 정부가 좋은 정책으로 뒷받침해줘야 된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말씀드리겠다. 정부도 과거와 달리 생산보다 소비에 신경쓰고 있고, 정책을 보면 모든 것들이 망라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보완 또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가공업체들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료의 안정적인 조달에 중요한 것은 첫째는 가격, 둘째는 양이다. 가격이나 구조적인 면에서 국산쌀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우리 가공산업이 발전한 때는 국가가 정부양곡을 저가로 공급했던 시기다. 그로 인해 현재의 가공산업으로 발달했고, 그나마 쌀을 소비하게 되는 동력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남는 쌀을 처분하는 의미로 마치 가공산업을 육성하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쌀가공식품은 전통 문화식품이다. 우리 문화와 관련된 쌀 산업이고, 식품문화인데, 문화적으로 가꿔나가야 할 산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처분이 아닌 생산적 소비에 염두에 둔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양곡을 저가에 공급하고 있는데, 작년에 22만 톤을 썼고, 올해는 26만 톤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신곡도 있고, 수입쌀도 있다. 정부가 쌀을 공급할 때 보통은 1년 단위로 하는데, 시장에서는 원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만 싸다고 반기지만은 않는다. 이것이 내년에는 올라가지 않을까 염려하게 되면 시장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시장에 신뢰를 줘야 최소 정부가 쌀을 얼마에 주겠구나 하고 신제품도 개발하고, 시설도 확장한다.

올해 5개년 쌀 산업 육성계획을 만드는데, 대략적으로 5년간 연도별 정부양곡 특별공급 목표량을 제시했으면 한다. 쌀이 나쁘니까 밥쌀로 먹을 수 없으니 가공용 쌀로 쓰겠다, 이런 시대가 아니다. 가격을 차별화하더라도, 예를 들어 2018년에 농사 지은 것은 2000원에 주고, 1년이 지난 것은 1800원에 주는 등 가격에 차별을 두면 된다. 원료 쌀의 품질이 더 좋아져야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대안이라 하면, 클레임이 걸리면 책임지고 해준다든지, 품질 면에서 신경써야 한다.

셋째, 특화된 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라이신 시장은 규모가 크다. 라이신은 현재 원당을 수입해서 우리나라가 만들고 있는데, 쌀로 대체 가능해진다고 하면 최소 15만 톤, 최대 30만 톤 정도를 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만, 가격 때문에 힘들다고 알고 있다.

넷째, 식품가공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상향 조정해야 된다. 현재 음식업소는 108분의 8을 공제해 주고 있는데, 식품가공업체는 104분의 4다. 이것은 유흥업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 = 2000년대 이후 쌀 공급 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생산조정제를 지금도 시행하고 있지만, 과거 2회 시행과정에서 보면 쌀이 과잉 생산되면 가격이 하락해 사회적 이슈가 되지만 나중에는 용두사미가 됐다. 이를 반복하다보니 재정적으로 투자해도 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쌀 수급 차원에서만 가공산업을 발전시키려 하면 안 된다. 쌀은 지켜야 하고, 가치가 있는 농산업이다. 우리도 쌀 시장을 관측하고 있는데, 쌀값이 오르면 전화 거의 안 온다, 그런데 쌀값이 낮으면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기관 등에서도 연락이 많이 온다. 결론은 여유를 두고 지속가능하게 쌀 산업 발전을 기획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쌀 생산조정제가 계획대로 간다면 쌀 수급 문제는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쌀 수급 문제는 많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가공산업도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고품질화 면에서 말씀드리자면 일본의 쌀은 맛있는데, 우리나라 쌀 맛은 안 좋다고 얘기도 하는데, 일본과 우리나라 쌀을 비교해 보면 일본 쌀은 고가와 저가 등 가격대가 다양하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량을 줄이더라도 비싼 쌀을 생산하면 이익이 발생한다. 다량 생산해서 수량으로 소득을 올리려는 농가도 있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쌀 가격은 품질에 따른 차이가 작다. 왜 이렇게 작을까? 결국 시장 시스템이 뒷받침해주냐, 아니냐의 문제다. 시장에서 좋은 쌀을 비싸게 받으려면, 품질 좋은 쌀이라는 것이 증명돼야 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품질에 따라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가공용 쌀 소비는 민간에서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이 나야 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민간 산업용으로 제공되는 쌀이 대부분 재고처리 입장에서 공급되다 보니 쌀이 많이 남아 돌면 싼값에 공급되고, 그렇지 않으면 공급이 안 되고 하다보면 민간업체들이 사업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용도에 맞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측면도 많이 고려해야 한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 쌀가공식품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제품이 한정적이고, 다양하지 못하다. 노인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 있을 것이고, 대학생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 있을 것이며, 유아들에게 맞는 제품도 있을 것이다.

가공식품 값도 너무 비싸다. 가공식품을 대량으로 대기업에서 생산하면 단가를 맞출 수 있겠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소규모이다 보니 이해는 간다. 가공식품은 적정한 가격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리법이나 포장도 신경써야 겠다. 소비자들은 조리방법이나 포장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구매한다. 그런데 제품 대부분의 조리방법이나 포장이 소비자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있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 제공도 중요하다. 대학생들을 보면 탄수화물을 먹으면 난리가 날 것처럼 얘기하면서 닭가슴살만 열심히 먹는다. 왜곡된 정보는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식품은 건강에 어떤 부분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모든 제품이 우리 식생활에 필요하다는 관점을 갖고, 제품 각각의 특성에 대한 정보를 줘야 하는데, 어떤 한 제품이 뛰어나다, 효과가 있다는 식의 표현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쁜 생활 속에서 편리한 가공식품을 찾는 것이 대세지만, 국민 건강과 영양을 담보할 수 있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식품 개발이 논의되어야지, 어떤 특정산업이 발전하는 관점에서만 보면 향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보다 종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식품저널, 농수축산신문이 4일 aT센터 그랜드홀에서 개최한 쌀 산업 발전 및 소비 활성화 전략 심포지엄과 토론회에는 쌀 생산자와 쌀가공식품 업체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윤경 기자 apple@foo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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