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저널]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 아비브 일대에서 2018년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Open Restaurants Jerusalem 축제가 열렸다‘. 호기심에 먹이 를 주라(Feed Your Curiosity)’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축제는 먹거리를 통해 이스라엘을 알리기 위한 행사로 올해 3년째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에 건국된‘젊은 나라’이지만 세계 여러나라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식문화 덕분에 다양한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시장과 레스 토랑에서 만난 식재료와 음식은 이국적이면서 신선했고, 음식산업 종사자들은 자국 먹거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밤에는 술과 음악이 함께 했고, 해변의 휴양지는 평화로웠다. 이스라엘의 맛과 멋, 자연과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글 싣는 순서
1. 예루살렘의 Old City와 Mahane Yehuda Market 야시장
2. Yehuda Market과 Mamilla 호텔 레스토랑
3. 홈메이드 이스라엘 음식과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셰프와 만남
4. 식품 관련 스타트업과 이스라엘 와인
5. Carmel Market과 예루살렘 비치

식품업계 스타트업과 이스라엘 와인
Startups In Food Industry And Israeli Wine

스마트 시대 식품산업
아침 식사 후 숙소인 레오나르도 부티크 호텔의 컨퍼런스룸에서 스타트업 기업 설명회가 열렸다. Poiike Foodtec(www.poiike.com)의 COO Isaac Hassan씨가 레시피 앱을 선보였다. 유대식을 비롯한 다양한 요리의 레시피를 보유한 프로그램은 ‘스마트홈 시대 스마트 쿠킹’을 추구하는데, 개인 취향에 따른 재료 가감 권장과 채식주의자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을 배려한 레시피가 특징이라고 했다.

Bite Mojo앱(www.bitemojo.com)은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는 서비스였다. 고객들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주변 맛집을 검색할 수 있다. 음식점까지 거리와 영업일, 요리 예상 시간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도 일정 거리 내 고객들에게 광고를 보낼 수 있는 쌍방향 시스템이다. 영어와 히브리어 외에도 독일어ㆍ이탈리아어ㆍ스페인어로 이용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을 내려받기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비롯해 바르셀로나, 베를린, 로마, 부다페스트, 리스본 등 유럽 도시가 인기 검색지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와 방콕이 검색 가능했다. 인도 기자가 “왜 인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느냐”며 불 만과 애교 섞인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가 빠진 것이 내심 아쉬웠던 차였다. 즉석에서 앱을 테스트해 보니 인터넷 맛집 검색과 배달앱이 일상화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적 추세를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운영자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리뷰 관리가 관건이라고 인정했는데, 외부인의 입맛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는 점이 양날의 칼처럼 느껴졌다. 다른 여행객의 경험을 참고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글로벌 트렌드 앞에서 지역의 개성이 과소평가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인기기로 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소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 기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홍보에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식품

채식주의자를 위한 초콜릿을 만드는 Panda Chocolate이라는 회사가 관심을 끌었다. 2015년 5월에 Daniel Bareket씨와 Elya Adi씨가 설립한 회사는 유제품을 쓰지 않고 주로 콩과 코코넛으로 밀크 초콜릿과 유사한 맛을 내는 초콜릿을 만든다.

2015년에 이스라엘 TV 방송국 Channel2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채식주의자 (vegetarian)는 전체 인구의 8%, 우유와 달걀조차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vegan)는 5%에 이른다. 비율로만 따지면 뉴욕을 앞서는 수치다.

발표회 도중 마카다미아넛이 들어간 초콜릿 바를 샘플로 받았다. 첫 느낌은 많이 달지 않다는 것이었다. 크리미한 질감이 덜하긴 했으나, 일반 밀크 초콜릿과 견주어 손색이 없었다. 브랜드 네이밍과 패키징은 아쉬웠다. 공동 설립자인 Daniel과 Elya씨는 실제 커플이기도 하여 서로를 부르는 애칭인 ‘판다’를 회사명으로 정했다고 한다. 순간 나는 중국요리 패스트푸드 체인인 ‘판다 익스프레스’가 떠올랐다.

초콜릿 겉포장에 정보가 히브리어로만 표기된 것도 불편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벨기에산 초콜릿에는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영양정보와 상품 소개가 적혀 있다. “최소한 영어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질문했더니, Daniel씨가 “해외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다국어 버전의 패키징을 개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탄닌 성분 유지가 힘든 이스라엘 와인
오늘은 금요일이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가 사바스(sabbath: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후까지의 유대식 휴일)와 관련된 사항을 일러주었다. 상업시설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는다고 했다. 웨스트 예루살렘 마켓의 상점 대다수가 오후 1시와 3시 사이에 영업을 마치므로 그 전에 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가정에서 금요일 오후에는 만찬을 위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방영된다. 토요일에는 금요일 만찬에서 남은 음식(left-over)을 먹으므로 남은 음식을 활용한 레시피가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명절이나 제사 후에 남은 음식을 고민하는 풍경이 떠올랐다.

Jerusalem Vineyard Winery의 와인 시음회가 열리는 Mishkenot Shaanamin 지역으로 갔다. ‘평화로운 거주지’라는 뜻을 가진 이 지역은 예루살렘의 Old City 성벽 밖에 조성된 최초의 유대인 거주구역이다. Jerusalem Vineyard Winery는 1848년에 Shor 가문이 설립한 와이너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스라엘 와인산업의 시초다. 현 소유주인 Ofer Guetta씨가 2006년 구매해 운영하고 있다. 연간 30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이스라엘에서 6번째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기자단은 1857년에 지어진 Montefiore 풍차 안에서 와인을 시음했다. 환한 햇살을 연상시키는 상큼한 Orange Wine이 인상적이었다. Cabernet Sauvignon, Merlot, Chardonnay, Muscat, Shiraz, Petit Verdot, Marselam, Orange Wine 등 여러 종류를 생산하는 와이너리는 이스라엘 화가들의 작품을 이용해 디자인한 라벨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온의 기후인 이스라엘에서 포도를 재배하면 와인의 탄닌 성분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소물리에가 설명했다. 척박한 자연환경을 기술력으로 극복하려는 이스라엘의 정신이 와인산업에도 반영되어 있었다.

유대식 휴일, 사바스가 여행객에게 미치는 영향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친분이 쌓인 일행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군에서 5년 복무했다는 가이드 Gabby씨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군 복무 중에 찍었다는데, 군복 차림의 젊은 남녀가 미소 짓고 있었다. 아들과 아들의 여자 친구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군복무를 하는데, 군대에서 이성 친구를 사귀는 사례가 꽤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랍인들은 군대 복무 의무가 없고, 정통파 유대인들 또한 병역을 면제받는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이스라엘에서 선거 때 후보보다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강한데, 정통파 유대인들의 투표율이 높다고 했다. 군 복무 면제 정책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인데, 한편으로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은 예루살렘을 떠나 텔아비브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레오나르도 부티크 호텔에서 마지막 아침 식사를 했다. 사바스 기간이라 그런지 찬 음식이 많았다. 다른 날에는 뷔페 말고도 스태프를 통해 오믈렛을 별도로 주문할 수 있었는데, 이날은 오믈렛 안내판이 테이블에 보이지 않았다. 사바스 동안 화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계란을 익히는 요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에서 온 기자들이 카푸치노를 즐겨 마셨는데, 이날은 주문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사해 방문, 그리고 더 많은 와인
텔아비브로 가는 도중 사해에 들렀다. 염분 함량이 일반 해수의 9배나 되는 바다(바다라고 불리나 사실은 호수라고 봐야 한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로, 이름이 암시하듯 생명체가 살 수 없다. 해수면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사해에 인접한 요르단과 이스라엘에서 물이 바다에 이르기 전에 끌어다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관광객이 적어 한적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해변을 산책했다. 물에 들어간다면 반드시 배영 스타일로 수영하라고 가이드가 신신당부했다. 물이 눈에 들어가면 고통스러우니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맨발에 닿는 진 회색 모래가 차지고 매끄러웠다. 스파에 가면 비싸게 받는 바디케어일 것이라 생각하고 팔다리를 정성껏 마사지했다. 해변 근처에 샤워시설이 있었는데, 마사지 후 몸을 씻었더니 확실히 피부가 부드러웠다.

사해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Villa Wilhelma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Muscat, Merlot, Sauvignon Blanc이 주요 품목이었다. 여태까지 시음했던 이스라엘와인과 마찬가지로 아로마가 강했다. Chardonnay가 예상보다 묵직하고 캘리포니아산 화이트와인을 연상시켰다. 미국에서 ‘buttery’라고 하는 맛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미국식 오크 배럴에서 숙성시켜 단맛을 강화한다고 했다. 사해를 보고 마음이 편안해진 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이트와인 유형이라 다른 때보다 더 많은 양을 마셨다.

시음장 밖을 거닐 때 고양이를 보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시장에 개를 데리고 다닐 정도이며, 일정 첫날부터 곳곳에서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많은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는데, 귀를 살펴 ‘집힌’ 자국이 있으면 수술을 받았다는 표식이라고 했다. 와이너리를 떠날 때 고 양이 두 마리가 우리를 배웅이라도 하듯 입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