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당, 양파장 개발ㆍ시판

▲ ㈜초록당의 양파장 제품

100% 국산 양파 착즙, 자연 발효 제조

[식품저널] 말복이 지나 무더위가 한풀 꺾인 듯한 8월 16일 아침 일찍 승용차에 장착된 ‘길 안내기’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전남 무안 소재 양파장 생산업체인 ㈜초록당을 향했다. 무안군에 들어오니 대로에서 양파를 가득 실은 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수확 후 밭에 버려진 양파,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밭 가장자리에 자루에 담은 양파를 가득 쌓아놓은 모습, 밭 곳곳에 내버려둔 양파도 눈에 띄었다. 무안이 양파 주산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집에서부터 4시간 남짓 걸려서 도착한 무안군 현경면 현화리 소재 ㈜초록당 공장 건물 앞에는 밭이 있었고, 뒤편은 소나무가 군데군데에서 자라고 있는 나지막한 야산이 보였다. 공장은 반듯하게 잘 지어진 건물 1개 동으로 되어 있었는데, 제품을 실어내는 지게차를 운전하는 사람 한 명만 왔다 갔다 할 뿐 인적이 없어 조용하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초록당 하영훈 사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하 사장이 부인과 함께 안내하러 마중을 나왔다.

하영훈 ㈜초록당 사장

2014년부터 100% 순양파장 생산
“무안이 전국 최대의 양파 산지인데, 과잉생산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양파 가격이 폭락할 때가 많아 지역특산물인 양파를 가공함으로써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로 2010년에 회사를 설립했다”며, “2011년 7월에 대지 1만1061㎡, 건평 1200㎡, 부대 건물 295㎡ 규모로 공장을 건축하고, 2014년부터 100% 순양파장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하 사장은 설명했다.

하 사장은 이어 “양파로 장을 만든 것은 초록당이 최초”라며, “제조법은 특허를 받았다(양파조미액의 제조방법, 특허 제10-095666호)”고 말했다. 양파장은 기존 간장의 검정색과는 달리 맑고 투명하게 끓인 보리차와 유사한 색이다.

맑고 투명한 색으로 간장의 고정관념 탈피
하 사장은 “우리 양파장은 국산 양파와 소금만 사용한다”며, “식품공전상 간장의 기준이 한식간장은 메주가 주원료이어야 하고, 양조간장은 대두ㆍ탈지대두 또는 곡류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간장맛을 내면서도 품목허가를 낼 때 간장이란 이름을 쓰지 못해 상품명을 ‘양파간장’으로 하고 싶었지만, 간장이란 말을 쓸 수 없어 ‘양파장’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양조간장이나 한식간장의 간장의 원료를 대두ㆍ탈지대두 또는 곡류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양파장은 양파를 기계에 투입→탈피→선별→세척→분쇄→착즙→혼합→발효→포장 과정을 거쳐 만든다. 양파즙을 착즙하고 난 건더기는 건조시켜서 양파분말로 생산한다.

상시근로자는 5명이다. 대부분의 제조공정이 자동화되어 있어 근로자 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공장에서 양파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1일 5톤이고, 양파즙을 장으로 숙성하는 기간은 60~90일 걸린다.

생산시설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은 후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취재하러 간 날은 작업이 없어 생산라인은 가동하지 않았고, 시설은 깨끗하게 청소가 된 상태였다.

▲ ㈜초록당 공장 전경

원료 선별작업에 가장 많은 인력 투입
첫 번째 공정인 탈피는 에어탈피기를 이용해 투입과 동시에 한다. 탈피 능력은 시간당 0.7톤이다. 탈피된 양파는 콘베이어를 지나면서 양파 뿌리 부분을 일일이 칼로 제거하는 선별작업을 한다.

하 사장은 “양파 뿌리는 기계로 제거하기 어려워서 수작업으로 한다”며, “선별작업에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다음 공정은 세척인데, 두 차례에 걸쳐 물로 한 다음에 에어드라이어로 수분을 건조한 후 0.5㎝ 크기로 분쇄한다. 분쇄된 양파는 필터프레스를 이용해 1회당 3톤의 양파즙을 착즙한다. 착즙액은 소금과 포도당을 투입해 혼합한 다음 자연 발효과정을 거쳐 양파장을 생산해 30톤 용량의 저장조에서 숙성 저장하면서 자동포장기를 통해 포장해 출하한다. 포장용량은 320㎖, 620㎖, 1.8ℓ가 있고, 용도별 제품의 종류도 맛간장 대용과 국간장 대용이 있다.

"양파장 1ℓ를 생산하는데는 양파가 어느 정도 소요되나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하사장은 "약 2kg정도 들어간다"며 "양파장은 양파 소비 촉진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사장은 “양파간장은 맑고 투명해서 물김치나 튀김장뿐만 아니라 볶음요리, 생선이나 육류 등 여러 요리와 잘 어울린다”며, “새우젓이나 멸치젓과 혼용하면 맛의 상승효과가 있고, 소스의 원료, 삼계탕이나 닭백숙을 할 때 사용하면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또, “부산에 가면 꼭 가봐야 할 음식점으로 손꼽히는 작은 물만두의 원조집인 ‘18번완당’의 간장소스 비법도 초록당의 양파장”이라며, “간장게장을 만들 때도 일반 간장보다는 양파장을 혼용하면 맛의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양파장 제조공정

판로 개척 애로, 대기업 OEM 생산 원해
이날 취재에 동행한 하현숙 상명대 외래 교수는 “요즈음 새로 메뉴를 개발할 때 양파장을 많이 이용한다”며, “양파장은 양파에서 우러나는 천연의 단맛이 있어 요리할 때 설탕이나 물엿 등 감미료를 따로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양파장은 염도가 낮아 어린이나 노약자, 환자들에게도 좋은데,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개봉 후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현재 양파장을 우리생협ㆍ온라인쇼핑몰ㆍ학교급식 등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데, 아직 판매실적은 부진하다”며, “대기업의 OEM 생산이나, 식품업체들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때 원료로 사용하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칠 즈음 상생상회에서 하 사장에게 입점 심사에 통과했다는 전화가 왔다. 상생상회는 서울시가 2018년 11월 지역 중소농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생산자에게는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세운 매장으로 현재 전국 120여 지역 400여 업체에서 생산한 농특산물과 가공식품 2000여 점이 입점해 있다.

상생상회의 전화를 받은 하 사장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장은 콩으로 만든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나, 지역 농산물로 만든 혁신적인 제품으로 여겨지는 양파장이 양파 소비 확대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오고, 소비자들의 보다 맛있는 식탁 만들기에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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